나이트호크스(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 에드워드호퍼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그림은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스(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입니다. 1942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도시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삶을 표현하여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되고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미국 사실주의 회화

어두운 밤 길 모퉁이의 식당 위에 필리스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그런 까닭으로 흔히 필리스 식당이라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은 ' 단돈 5 달러 PHILLIES "라는 저렴한 시가 광고 간판입니다. 이것은 이 광고판이 위치한 식당이 그리 비싸지 않은 식당이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말해주는 동시에 식당 안의 인물들이 평범한 소시민임을 말해줍니다. 호퍼는 아내의 조언에 따라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카고 미술관에 매각되어 지금까지 전시되고 있습니다.

 

Nighthawks는 늦은 밤까지 깨어있는 사람을 말하는 단어입니다. (≒ night owl)

 

 

나이트호크스 에드워드 호퍼 84.1 × 152.4 cm 1942

 

이 그림에 대해서 오고 가는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는 식당의 실제 위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 식당의 위치에 대해서 수수께끼 풀듯이 말이 오고 가는데 현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국숫집 자리가 배경이다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림도 사람도 무엇을 완벽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이렇게 매력을 더하는 요소가 됩니다. 

 

에드워드 호퍼: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사진

 

에드워드 호퍼는 1882년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나 예술가로 자라납니다. 뉴욕에서 미대를 졸업하고 상업 화가로서 활동하며 광고표지 제작이나 삽화와 판화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작가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동료 작가였던 조세핀과의 결혼이었습니다.

 

조세핀은 그에게 수채화와 유화작업을 권했고 그때부터 호퍼는 전업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조세핀은 결혼 생활 내내 애증의 관계였지만 언제나 호퍼의 그림 모델이 되어주었고 이들은 10개월의 차이를 두고 눈을 감을 때까지 평생을 함께 합니다. 

 

가을의 리듬 잭슨폴록 1950 뉴욕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마흔 중반까지 무명화가로 지내면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상업적 그림을 그려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퍼는 자신만의 예술을 포기하지 않고 경제대공황, 세계 2차 대전으로 느낀 절망감과 암울한 시대 분위기를  많은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명화가로서 고생이 많았지만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호퍼가 환갑의 나이에 그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마치 하룻밤 사이의 깜짝 스타가 된 것 처럼 알려지게 만든 작품입니다.

 

더욱이 당시 미국은 그가 추구했던 구상미술과는 다른 잭슨 폴락과 같은 작가들이 등장하며 추상미술이 각광을 받게 됩니다. 아마도 호퍼는 이런 상황에 대해 깊은 소외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호퍼는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의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작품 해석

고독과 단절

작가 본인은 평소 자신의 그림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인간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unconsciously, probably, I was painting the loneliness of a large city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나는 대도시의 외로움을 그렸을 거예요.
-에드워드 호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이에는 정서적 거리감과 단절감이 느껴집니다.

 

식당의 종업원은 길고 붉은 테이블에 의해 손님들과 분리되어 있고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은 자신의 팔을 테이블에 구부린 채 타인과 물리적 장벽을 만듭니다. 나머지 한 남자는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서 표정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들 모두 함께 있지만 또 따로 있습니다. 

 

관음증

마치 상점에 진열된 상품처럼 길고 큰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 인물들을 배치하였습니다. 식당의 밝은 불빛 아래 네 명의 인물, 세 명의 손님, 흰색옷을 입은 고독한 웨이터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시가 광고판 이외에는 식당의 어느 정보도 노출하지 않아서 이 작품에 궁금증을 더하게 됩니다. 그리고 장소를 포함한 그 무엇도 구체적이지 않는 세부묘사는 특정 요소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관람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다가와 공감을 얻게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것은 그림에 관음증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그리고 호퍼는 식당의 출입구를 묘사하지 않아 마치 이 캐릭터들은 식당이라는 좁은 공간에 영원히 갇힌 느낌을 줍니다. 또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남성은 우리에게 표정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림의 부분도

그림의 여성모델은 다름 아닌 작가의 와이프였습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눈을 깔고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지만 이것이 돈인지 무엇인지는 작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실제 부부관계가 폭력과 폭언으로 점철된 인생이었고 여성과 남성이 손끝으로 맞닿아있는 이미지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시풍경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이 파리의 발전을 카페, 식당, 바 등지에서 인물들을 화폭에 담았던 것처럼 이 작품은 뉴욕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습니다. 산업화는 분명 도시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인간들에게는 불안감과 소외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오늘날 SNS상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쓸쓸하고 삭막한 도시의 이미지를 에드워드 호프는 화폭에 담았습니다.

 

사실주의

필리스라는 시가 광고 뿐만 아니라 냅킨홀더, 소금통 그리고 후추통 같은 작은 물건들이 매우 세밀하게 묘사되어 그림에 리얼리즘을 더하고 관람자들을 더욱더 몰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색과 빛

작가 본인은 그림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빛과 그림자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밝은 햇빛은 희망을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는 삶에 드리운 암울함을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서 안과 밖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객의 시선을 유리창 너머 식당 내부로 이끌고 있습니다. 큰 유리창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있다는 것은 관람객과 주제요소들 사이에 장벽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관람자에게 허락되는 것은 오직 보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작가는 빛과 창문을 사용하여 주제를 강조하길 좋아했습니다. 식당의 노란 형광등은 그림에서 유일한 빛으로, 식당을 둘러싼 녹색 빛 건물과 어둡고 차가운 거리에 대비를 주고 있습니다. 또한 창문을 통해 거리를 밝히고 있고 빛은 식당 내부를 밝혀서 낮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줍니다. 

 

의미와 해석

그림의 현금계산기

대공황과 세계 2차 대전을 경험했던 시대의 현금 계산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만듭니다.

 

장면의 모든 요소들은 이것들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듭니다. 식당을 프레임으로 둘러싸고 있는 긴 두 개의 띠가 이 그림을 더욱더 극적으로 연출하고 있고 관람자의 시선을 끌며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술집 안의 상황과 교감하며 동시에 텅 빈 거리의 쓸쓸함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의 시선은 실내에 머물다가도 길거리로 나오게 됩니다. 출입이 가능한 문이 보이지 않고 바텐더는 바에 의해 단절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볼 수 있지만 다가갈 수 없게 만드는 모순을 보여줍니다. 

 

영향과 유산

"나이트호크스(밤을 새우는 사람들)"는 미국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정받는 작품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대도시에 살고 있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섬세한 표현은 관람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수년 동안 수많은 예술가, 작가, 영화 제작자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호퍼는 "예술에서 사용되는 '인생'이라는 용어는 경멸해선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존재의 모든 것을 의미하고 예술의 영역은 그것에 반응하는 것이며 그것을 피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현대인의 삶을 담담하게 또 그때의 '지금'을 표현하는 예술가였습니다. 

 

 

Morgensonne. 에드워드 호퍼,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