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외젠 들라크루아

영국의 락밴드 콜드 플레이가 'Viva La Vida' 앨범의 재킷 이미지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프랑스혁명을 상징하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입니다. 프랑스혁명의 역사를 담은 이 그림은 가로 325cm X 세로 260cm의 거대한 사이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손에는 삼색기를 들고 시민군을 이끄는 여신이 있고 그 주변으로 시체와 잔해가 널려있으며 마치 연무와 같은 채색으로 배경을 덧칠하여 우리에게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Now the Old king is dead, Long live the king!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 루브르 미술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1830년에 창작되었으며, 프랑스 7월 혁명을 기리기 위해 그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1789년 시민혁명의 결과로 밥이 없으면 라면을 먹으라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은 후에 프랑스는 위기를 느낀 주변 군주국들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게 됩니다.
 
이에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쟁의 결과로 15년 만에 스스로 왕좌에서 물러나게 되는데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던 루이 16세의 동생이었던  루이 18세가 다시 비어있는 권력에 올라서자 시민들이 이에 반발하여 파리 곳곳에서 벌떼처럼 세차게 일어납니다. 이미 프랑스는 시민혁명 이전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왔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귀족, 성당이 소유했던 토지는 소작농들에게 고르게 분배되었고 상공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부르주아 계층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구성과 상징성

작품의 구성은 동적인 요소가 풍부하며 작품에 담긴 요소들이 담은 상징성은 이 그림을 이해하는데 필수조건입니다. 그림 가운데에 자유를 상징하는 상징하는 삼색기를 들고 있는 중심인물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위치하여 삼각형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여신은 작가가 고대 그리스 여신을 상상해서 그린 것인데 그간의 전통적인 여신의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맨발에 가슴을 드러낸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리고 고대 로마의 노예들이 주인으로부터 해방되면 자유의 몸이라는 표시로 착용했던 '프리기아 모자'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스머프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스머프

 

프리기아 모자를 착용한 '세명의 현자'

 
반면 들라크루아는 이 그림에서 자유의 여신을 기존 전통적인 여신들이 보여줬던 이미지와 차별화를 둡니다. 기존에는 여신들이 항상 깨끗하고 매끈한 느낌이었다면 이 그림에서의 여신은 겨드랑이털이 보이고 신체가 더렵혀져있고 마치 시민군과 하나인 것처럼 힘차게 시체를 밟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삼색기는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지만 시민 혁명 당시에는 왕의 가문을 상징하는 흰색과 좌우에 있는 빨강 파란색은 파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시민과 왕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자유를 상징하는 삼색기를 그림 3군데에 그려넣었는데 하나는 여신에게서 또 하나는 멀리 보이는 노트르담 성당 꼭대기에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여신 아래 배치한 사람의 옷에 나열된 색들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민중을 이끄는 여신 부분도

 
 
상단의 3개의 이미지를 살펴보면 부르조아, 노동자 할 것 없이 폭넓게 참여를 했었고 여신 옆에는 아이를 배치하여 다양한 사회계급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을 암시합니다. 또한 시민군들의 허름한 무기와 아랫도리 벗겨진 체 죽어있는 시체를 보고 시민군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있었는지 짐작케 합니다. 이런 모든 요소들은 여신이 이끄는 시민군의 승리가 가져다준 희열과 동시에 비극적인 면을 상기시켜 줍니다.
 
 

시민군의 목표를 상징하는 프랑스 삼색기를 3번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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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의 시작

신고전주의의 화가들은 색을 선과 형태을 표현하기 최대한 절제하여 사실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낭만주의 화가들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여 관감객이 이미지 속 감정에 공감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길 원했는데 이 작품이 바로 그 낭만주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낭만주의 화풍은 선이 불분명하고 형태를 뚜렷하게 표현하지 않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낭만은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이 아닌 중세 문학 장르의 기사도 소설을 이르는 말인 '로맨스'에서 나온 말입니다. 비이성적, 죽음, 광기, 충격, 이국적, 감성 이런 단어들로 낭만주의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습니다.
 
들라크루아는 강렬한 색채와 명암대비를 표현하여 극적인 장면을 구성하였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신고전주의 화풍에서는 찾아보지 못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이에 신고전주의에 익숙했던 많은 비평가들과 대중들에게 비판을 받게 됩니다.
 

묘지의 고아 1824

색채의 마술사

시인이자 미술비평가인 보들레는 들라크루아의 작품은 멀리서 보아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 잘 알 수 없을 때에도 그 독특한 색채 때문에 들라크루아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인상주의 화가 폴 시냐크는 그가 남긴 <들라크루아로부터 신인상주의까지>라는 저서에서 <알제의 여인들>을 예로 들어 외젠 틀라크루아의 색채 배합이 보색 효과를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하였으며 치밀하게 구성했는지를 말해줍니다. 

 

당시 물리학자 슈브뢸의 빛과 색의 이론을 접한 들라크루아는 본인의 타고난 감각과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색채에 관한 이해를 더해갔습니다. '보색'이란 간단히 말해서 섞으면 검정색이 되는 두 색의 관계를 말하는데 색채의 조합은 지금까지도 보색 관계를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활용하며 자신의 결과물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색 관계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 슈브뢸의 이론이 나오기 전에도 위대한 예술가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또 활용해왔지만, 19세기 광학 이론의 발달은 이론적 근거를 가져와 더욱더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들라크루아는 나중에 등장하는 인상주의가 선보인 색채 분할, 즉 회화에서 밝은 효과를 얻기 위하여 물감을 팔레트 위에서 섞지 않고 색을 분석하여 원색의 색점들을 섞어 찍어 표현하는 기법을 부분적으로 시도합니다. 

 

들라크루아는 자신의 일기에서, 영국의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이 그린 목장의 녹색이 하나의 녹색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녹색이 나란히 채색되어 빛나는 효과를 창출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색의 경우에도 찾아볼 수 있다 전했습니다. 이렇게 캔버스에 단 하나의 색으로 다 칠하는 것이 아닌 몇 개의 색을 작은 붓 자국으로 나란히 칠하는 기법은 훗 날 인상파 화가들이 주로 사용하게 된 기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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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혁명, 자유와 같은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인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의 정신을 대변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예술과 정치적인 운동에 영감을 주었으며, 대중문화, 교육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불편한 작품, 세상이 변하길 원하는 진취적인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환영받는 작품입니다.
 

단테의 배 1822

 
 

들라크루아의 팔레트는 프랑스의 위대한 팔레트다. 그만큼 풍부한 색채를 사용한 화가는 없다. 우리는 모두 들라크루아를 통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폴 세잔-

 
 

외젠 들라크루아의 자화상 (183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