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작품 1808년 5월 3일-프란시스코 고야

200여 년 전 프린시페 피오 언덕에서 프랑스 나폴레옹의 군대가스페인 민중들을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하던 밤을 생생하게 기록한 작품입니다. 고야의 긴 생애는 렘브란트와 마찬가지로 밝음과 어둠의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고야는 1972년부터 조금씩 청력을 읽기 시작해 나중에는 전혀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그의 인생에서 어둠을 보여주는 대표작품입니다.
 

1808년 5월 3일 프란시스코 고야 1814ⓒwikipedia

 

낭만적이지 않는 낭만주의 그림

이 그림은 스페인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Goya)가 1814년 그린 작품입니다. 당시 전쟁화라 하면 주로 전쟁영웅을 소재로 하여 민중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방향의 전형성을 띄고 있었는데 이 스페인 화가의 생각에는 그런 관습적인 방식은 전쟁의 참혹함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또한 고야 인생의 후반기 작품들은 인간성의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808년 5월 3일>,<1808년 5월 2일> 등의 연작과 <변덕들>, <전쟁의 참화>들이 그 증거들인데요. 만약 이런 작품이 없었다면 고야는 미술사에서 그저 그런 풍속화가 한 명으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평범한 주제선정이지만 전쟁화의 관습을 따르지 않은 이 그림은 전쟁의 공포를 제대로 표현하고자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최초이자 또 옳지 못한 위정자의 선택으로 고통받는 작은 개인들의 집단이 겪는 고통을 주제로 그린 위대한 작품입니다. 

 

1808년 5월 2일 프란시스코 고야 1814ⓒwikipedia

 

역사적 배경

'1808년 5월 3일'은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스페인을 점령했던 시대의 학살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나폴레옹은 스페인의 왕자였던 페르디난도 7세를 쫓아내고 자신의 형인 조제프 보나파르트를 왕좌에 앉힙니다.  결국 1808년 5월 2일 이에 분노한 스페인 민중들의 '도스 데 마요 봉기가 일어났고 프랑스 사령관인 무라트는 무기를 소지한 자는 모두 처형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이 학살은 1808년 5월 2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자행되었고 총 4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그림 뜯어보기

그림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에 배치하여 가해자인 군대의 폭력성을 강조합니다. 군대는 우리의 시선을 등지고 경직된 자세의 뒷모습으로만 표현하고 있어 얼굴의 표정을 알 수 없습니다. 이는 인간성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반대편에는 이미 처형당한 민중의 시체가 겹겹이 쌓여있고 피해자 영역의 중심에는 흰색옷을 입은 남자가 두 팔을 벌리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표현됩니다. 이 남자의 팔 벌린 자세는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하게 만드는데 이 남자의 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못이 박힌듯한 상흔이 있어 상징성을 더욱더 강화합니다. 뒷 배경에 배치한 교회 첨탑 아래에는 횃불을 든 군중도 예수라는 상징에 더욱 힘을 싣게 됩니다.
 
 

ⓒwikipedia

 

예술적 특징

고야는 '1808년 5월 3일' 작품에서 비극적인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피해자와 가해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으며 피해자는 등불을 통해 가장 밝게 묘사하며 가해자는 뒷모습으로 어둡게 표현하여 누가 이 그림의 주인인지 알게 합니다. 또한 아직 살아있는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고통과 절망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어두운 톤으로 표현하여 잔인하고 끔찍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합니다.
 

Napoleon Crossing the Alps, romantic version by Jacques-Louis David in 1805ⓒwikipedia

 

유산

'1808년 5월 3일'은 프란시스코 고야에게 '근대 회화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가져다줍니다. 기존의 전쟁화는 위엄,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 전쟁 영웅을 중심으로 고결하고 아름답게 묘사했던 반면 고야는 전쟁 영웅이 아닌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행위인지를 고발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비극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훗날 마네의 막시밀리안의 처형, 피카소의 한국전쟁의 학살에도 영향을 줍니다

 
 
 

Edouard Manet 'sExecution of Emperor Maximilian(1868-1869)ⓒwikipedia,Pablo Picasso 's Massacre in Korea (1951)ⓒwikipedia

 

마치며

글을 마치기 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프랑스 점령시기 이전 스페인 왕실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혐오하던 고야는 프랑스 점령군에게 꽤나 호의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스페인 천재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스페인이 프랑스로부터 해방되고 6년 후에 본인이 먼저 스페인 왕실에 제안하여 이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이 작품 덕분에 프랑스에 부역했던 과거를 용서받고 처형을 면했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19세기 스페인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 평가받는 이 천재 예술가는 말년에 프랑스로 망명하여 보르도 지역에서 숨을 거두게 됩니다.

 
더불어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여 추측해 보면 이 작품이 스페인 왕실 창고에서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30년~4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미루어 짐작 가능하게 합니다.
 
이 작품이 진짜 탄생하게 된 작가의 의도를 우리는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희대의 걸작, '1808년 5월 3일'은 200년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 프란시스코 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