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Moulin de la Galette)-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프랑스어로 '물랭'은 풍차를 뜻하고 '드'는 ~의, 그리고 갈레트는 빵의 한 종류입니다. 물랭 드 라 갈레트는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에 위치한 동네이름이라 합니다.  매주 주말 오후면 이곳에서 무도회가 열리고 파리 시민들은 이곳에서 술과 갈레트빵을 먹으면서 춤추고 웃고 떠들곤 했답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이태원 나이트 클럽 앞 편의점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있는 상황입니다.
 

Moulin de la Galette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1876 오르세 미술관ⓒWikipedia

 
 

19세기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 찍은 스냅사진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1876년 완성한 작품입니다. 131CM x 175CM의 거대한 캔버스에 파리 시민의 일상을 그린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그가 표현하는 유쾌하고 예쁜 모습들로 인해 행복을 그린 화가라고 불립니다. 초기에는 모네 같은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며 인상주의 그림을 그려내지만, 1881년 이탈리아 여행을 가서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을 보고 온 후에는 인상주의 화풍에서 벗어나 선명한 윤곽선과 부드러운 붓터치, 풍부한 색채표현 등의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게 됩니다. 
 
 

물랭 드 라 갈레트 레스토랑 과 갈레트빵 갈레트는 전병맛과 비슷하다 합니다.ⓒWikipedia

 

19세기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의 와인 한잔과 갈레트 빵 한 덩이는 파리 사람들의 향락의 상징입니다.

 
 
물랭 드 라 갈레트는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에 위치한 동네 이름입니다. 이곳에서 파리의 젊은이들은 주말이 되면 함께 모여 마시고 떠들고 춤과 음악을 즐겼습니다. "예술은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던 르누아르에게는 이곳이 너무나도 좋았던 까닭에 곁에 두고 보려고 작업실도 물랭 드 라 갈레트로 옮겨서 이곳을 1년 반여 동안 수많은 스케치를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 작품은 1877년 열린 인상파의 제3차 전시회에서, 입구에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곳에 걸렸습니다. 많은 인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이 작품은 당시 역사화에나 쓰이던 거대한 크기의 캔버스에 그려졌는데, 이것은 르누아르의 작품 중 가장 큰 것이기도 합니다.
 
이 그림을 처음 본 사람들은 지금의 "스냅사진" 같은 일상의 소소함을 이렇게 큰 캔버스에 이해하지 못합니다. 당시 사람들의 관념에서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으면 될 것을 고급 DSLR로 찍어 대형인화를 한 셈입니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는 르누아르의 작품 중 가장 큰 그림입니다.

 

작품 해석

 

그림 오른쪽 하단 부분ⓒWikipedia

 
 
르누아르는 오늘날의 인스타그램과 같이 자신의 캔버스에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뒤돌아서 여자와 담소를 나누는 사람은 친구이자 그의 회고록을 썼던 조르주 리비에르, 그림 오른쪽 노란 모자를 쓴 남자는 노르베르 뇌네트, 관심 없다는 듯 쿨한 느낌의 검은 모자를 쓴 남자는 프랑크 라미 이들 셋 모두 화가였습니다. 

Portrait of Jeanne Samary, 1877, Pushkin Museum, MoscowⓒWikipedia

잔느 샤마리는 프랑스 국립극장 희극에 등장하던 여배우였습니다. 

 
 
테이블 왼쪽으로는 여자가 보입니다.  벤치에 기대어 줄무늬 드레스를 입고 교태를 부리며 앉아 있는 여자는 에스텔, 에스텔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리비에르를 관심의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여자는 에스텔의 동생이자 르누아르의 그림 모델이었던 잔느입니다.
 
르누아르는 시선이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균형감을 찾기 위해 이들의 왼쪽 공간에 두 사람을 배치합니다. 
 

그림 왼쪽 부분ⓒWikipedia

 
그림에서 유일하게 정면을 보는 줄무늬 바지에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있어서 한눈에 어떤 스타일인지 짐작이 가지만 실제로는 내성적이었다던 남자는 쿠바 태생의 스페인 화가 돈 페드로, 그와 춤을 추고 여자는 르누아르의 또 다른 모델이자 연인일 가능성이 있는 마거리트 레그랑 입니다. 정면을 보는 이들의 존재가 관람객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게 만듭니다.
 

마르고가 모델인 그림 Female Nude (1876)ⓒWikipedia

안나 르뵈프. 안나, 마고트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던 이 여성은 르누아르와 약 3년간 모델로 일하다가 천연두에 걸려서 23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게 됩니다. 르누아르는 이 여성의 모든 장례절차를 처리합니다. 아마도 연인 사이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림의 왼쪽 하단 부분ⓒWikipedia

 

르누아르는 그림 외곽에 사람을 온전히 그려넣지 않고 절단 된 형태로 배치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고 또 장면에 동화되어지도록 합니다. 

 
이렇게 르누아르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울수 있는 그림을 적절한 요소 배치와 구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데도 균형미와 안정감을 줍니다. 또 다른 주목할 점은 나뭇잎 사이로 점점이 떨어지는 햇빛과 그림자를 담아낸 인상주의적인 표현입니다.
 
르누아르는 그림자를 짙은 푸른색으로 표현하였고  밝게 일렁이는 빛과 춤추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형태를 세밀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짧은 붓터치로 색채를 다양하게 나누어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윤곽선을 뭉개고 형태를 흐릿하게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춤을 추는 사람들과 빛과 그림자가 조화롭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기법은 당시 비평가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됩니다. 
 

마치며

예술은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해야 한다던 르누아르는 말년에 심한 관절염으로 붓을 잡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그림의 배경이 되던 시기 이전인 1871년 프랑스와 프로이센 전쟁이 프랑스의 패배로 끝나고 르누아르는 친구도 잃게 되었습니다. 르누아르는 이 그림을 통해 아픈 과거는 빨리 잊고 다시 행복하고 즐거운 시절로 돌아가자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말년의 Pierre-Auguste Renoir, 1910ⓒWikipedia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