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거리, 비 오는 날-구스타브 카유보트(인상파를 먹여 살린 자)

이슬비가 내리는 흐린 오후, 파리 생라자르 역 근처의 더블린 광장을 걷는 사람들을 담은 이 작품은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파리 거리, 비 오는 날"입니다.  이 작품은 19세기말 급변하는 도시의 모습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구스타브 카유보트-<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212.2cmx276.2cm,캔버스에 유채, 시카고 미술관

 

구스타브 카유보트: 인상파를 먹여 살린 자

구스타브 카유보트는 1848년 8월 19일, 상업재판소의 판사이자 군납 섬유 회사의 상속자의 아들로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판사의 아들답게 법학 학위와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엔지니어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훗날 이 놀라운 엄마 친구 아들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 징집되어 참전하게 되는데, 죽지도 않고 살아 돌아와 프랑스 미술 명문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에 입학하여 아카데미 미술을 배웁니다.

 

귀티가 나는 30살의 구스타브 카유보트

 

1874년, 카유보트는 에드가 드가, 지우세페 드 니티스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를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그 유명한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에도 참가하게 됩니다. 

 

1876년에 열린 두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에서는 그의 초기 대표작인 <마루를 깎는 사람들, Les raboteurs de parquet>을 선보입니다. 카유보트는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신화나 성경이라는 고전적인 주제가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을 작품에 담았고 당시 신기술로 주목받던 사진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구스타브 카유보트-<노동의 아름다운 순간,마루 닦는 사람들>,1875,오르세 미술관

 

<노동의 아름다운 순간, 마루 깎는 사람들>은 당시 나무 바닥을 깎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천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그해 열린 살롱전에 출품이 거부되고 인상주의 전시회에 이 작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대개 인상주의 화풍을 말하자면 느슨한 붓터치와 깊이감이 얕은 것이 특징이지만, 카유보트의 작품은 원근감을 살려 보다 사실적이고 세밀한 묘사로 19세기 후반 도시화와 산업화가 파리에 가져온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이유로 초기 인상주의 전시회에서 걸린 그의 작품은 '이름만 인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르누아르-<보트 파티에서의 오찬>,1881, 카유보트는 르누아르 작품이 모델(노란 모자)이 되기도 합니다.

 

카유보트는 자기 자신도 뛰어난 예술가였을 뿐만 아니라 인상파 동료 화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미술 컬렉터였습니다.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이 끝난 후 그의 아버지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은 후, 이를 클로드 모네,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업실 임대료를 대신 내어주고 작품을 사서 후원했습니다. 

 

카유보트가 죽은 후, 그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 정부에 그 가진 많은 수집품을 기증되었는데 클로드 모네 14점, 르누아르 10점, 알프레드 시슬리 9점, 에드가 드가 7점, 폴 세잔 5점, 에두아르 마네 4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가 죽은 후에도 인상주의 작품들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작품들이 잊혀질까 염려했던 카유보트는 그의 소장품들이 룩셈부르크 궁전과 루브르에 전시되어야 한다고 유언장에 명시합니다.

카유보트는 인상파 그룹내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작가였고 떠날 때 아내도 자식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상주의 전시회에 재정적 지원은 물론이고 홍보와 기획업무도 맡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가 소유한 인상파 작품들, 총 68점은 훗날 파리 오르셰 미술관 컬렉션의 기초가 됩니다. 이런 이력은 그를 예술가로 기억되기보다 인상주의자들의 후원자로 더 많이 알려지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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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역사적 맥락

 

1877년,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임명된 조르주 외젠 하우스만은 파리에 대규모 도시 재개발 계획을 진행합니다. 당시 파리는 산업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회를 찾아온 사람들로 넘쳐났게 됩니다. 중세 부터 존재해 온 파리의 도로들은 대부분 좁고 햇빛이 들지 않아 내내 어둡고 습한 곳이 많아 전염병이 돌 위험성도 갈수록 커져만 갔습니다.

 

이에 하우스만의 도시 재건 프로젝트는 도시 내부로 빛이 들게하고 공기 순환에 용이한 형태를 목표로 진행하게 됩니다. 파리 곳곳에 하우스만 양식으로 불리는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났고, 도시의 녹지 비율을 확장시켰으며, 극장과 카페와 같은 공공시설 및 문화시설을 늘려갑니다. 뿐만 아니라 가장 문제가 되었던 하수 시설을 정비하여 거리가 깨끗해지자 비가 오는 날에도 오물 걱정 없이 시민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지금의 더블린 광장, 그림의 배경

 

이러한 변화는 도시의 경관을 크게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도시의 발전에 따라 부르주아 계급은 파리 시민사회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파리는 상업, 패션, 예술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당시 하우스만의 프로젝트는 인위적으로 크고 작은 도로들을 파괴하면서 논란도 많았지만,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아는 아름다운 파리의 모습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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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우선 그림의 중앙으로 녹색 가로등이 배치되어 그림을 좌우로 나누고 있고 왼쪽은 탁 트인 느낌을 주면서 중경과 원경이 주로 묘사되어 있고 오른쪽은 전경에 인물들을 꽉 차게 배치하여 비대칭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 파리의 중산층이 즐겨 입던 옷차림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전경에 배치한 커플의 여성은 모자, 베일, 다이아몬드 귀걸이, 모피안감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갈색 드레스를 입고 있고 콧수염을 기른 남성은 모자를 쓰고 나비넥타이에 단추가 달린 조끼 그리고 칼라를 세운 긴 코트를 입고 있습니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카유보트는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원근감을 살리는 동시에 인물과 건물의 디테일을 정밀한 붓터치로 세밀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마치 오늘날의 도시 스냅사진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카메라로 찰나의 순간을 담은 것 처럼 오른쪽 끝에 뒷모습을 한 남자는 프레임에 잘려나가 있으며, 전경에 위치한 커플의 세부묘사는 우산 주름이 보일 만큼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품에는 파란 간판에 노란색으로 적혀진 'PHARMACIE'라는 글자를 희미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도 이곳에는 약국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림의 중앙에는 카메라 렌즈의 왜곡이 만들어낸 것 같은 부풀어 오른 듯 팽창의 느낌을 주고 있으며, 전경의 초점은 맞춰져 있지만 약간 흐릿하고 중간 거리에 위치한 피사체들은 뚜렷한 윤곽선을 보이며 선명하게 초점이 맞게 묘사되었으며 멀리 뒷 배경에 배치된 마차와 인물들은 초점이 흐려져 형태만 관찰되도록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