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앙리 마티스 (색채만으로 입체를 표현한 화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몸이 붉게 달아오른 사람들이 손에 손 맞잡고 강강술래를 추고 있는 이 작품은 앙리 마티스의 <춤, La Danse>입니다. 마티스는 20세기 현대 예술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춤'은 색채 그리고 형태에 대한 그의 예술적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앙리 마티스-<춤>,259.7X390.1cm,캔버스에 유채,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헤리티지 미술관

 

 

변호사에서 미술학도로

1869년 12월 31일, 앙리 에밀 베누아 마티스(Henri Émile Benoît Matisse)는 프랑스 르 카토-캉브레지의 부유한 '곡물무역'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원래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법조인을 꿈꾸며 파리로 건너가 공부한 끝에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고향에 돌아와 법원 행정관으로 근무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에 심한 맹장염에 앓게 되었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옆에 있던 환자가 취미로 미술교본의 풍경화를 모사하는 것보고 처음 그림에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병실에 누워있는 아들이 지루할까 염려한 마티스의 어머니는 그에게 미술용품, '물감상자'를 선물로 가져다줍니다. 

 

앙리 마티스 초상사진 1913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이 순간은 이후 마티스 자신이 '일종의 낙원'을 발견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일생일대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물감상자를 받아 든 순간,
내 운명임을 느꼈다.

-앙리 마티스

 

이후 마티스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모 이기는 자식이 되어서 1891년 프랑스 최고의 미술 명문, 파리의 '에콜 데 보자르'에 응시하지만 보기 좋게 낙방하고 '에콜 데 보자르 데코라티프의 야간부'를 다니게 됩니다.

 

이후 재도전 끝에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했지만, 전통 기법만을 가르치는 분위기에 실망하던 차에 상징주의 화가 구스타브 모로를 만나 그림을 배우게 됩니다.

 

나는 테이블을 그 자체로 그리지 않는다.
테이블이 나에게 주는 감정을 그린다.

-앙리 마티스

 

구스타브 모로는 마티스에게 '대상을 화폭에 옮겨 담는 데 급급하지 말고 대상의 내면과 동화될 때까지 기다리라'라고 조언합니다. 이것이 야수파의 선구자 마티스가 색채화가로서의 천재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출발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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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함에서 조화미로

마티스가 남긴 초기의 작품들은 찾아보면 마티스를 세상에 알린 작품들과는 달리 어두운 색채와 전통적인 주제가 특징이었습니다. 그것은 그의 보수적인 아버지의 바람이기도 했습니다.

 

1897년 마티스는 소시에테 나시오날 전람회에서 수상하고 당시 활동하던 여러 예술가들과의 교류가 시작됩니다. 당시 신인상파에 큰 영향력을 행사던 피사로(Camille Pissaro,1830~1903)를 만났고 그를 통해 세잔도 알게 됩니다. 

 

마티스는 훗날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화가를 꼽으라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세잔을 말했습니다.

 

이후, 폴 시냐크(Paul signac,1863~1935)와 교류하면서 신인상파 점묘풍의 영향을 받게 되고 그의 친구 존 러셀이 보여준 반 고흐와 고갱에게서는 격렬함을, 빚을 지면서 까지 사모았던 세잔의 작품에게서는 색채대비와 조화를 배웁니다. 

 

젊은 화가는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원래 그림은 가장 황당한 모험과 부단한 탐구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방황하면 어떤가.
한번 방황할 때마다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앙리 마티스

 

마티스는 그들의 그림을 연구하며 그들과는 전혀 다른 그만의 예술을 찾기 위해 새로운 화풍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고 곧 대담하고 순수한 색채와 파격적인 형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거친 붓질과 생생한 색채로 특징지어지는 야수파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야수파"는 프랑스어로 'Les Fauves'로, 이는 '야생의 짐승들'이라는 뜻입니다. 이 용어는 1905년 파리의 가을 살롱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비평가 루이 보쉐로(Louis Vauxcelles)가 사용한 것으로, 그의 평에서 이 그룹의 작품을 처음 보고 "Donatello au milieu des fauves!"("야생의 짐승들 사이의 도나텔로!")라고 비판적으로 말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야수파 화가들은 그들의 대담한 색채 사용과 강렬한 붓질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들은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색상 표현을 배제하고, 대신 강렬하고 순수한 색을 사용하여 감정과 움직임을 표현했습니다. 이들은 또한 형태를 단순화하고 왜곡하여, 감정과 상징적인 표현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당시의 전통적인 미술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에 당시 보수적인 비평가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앙리 마티스, 앙드레 드랭, 라울 뒤피 등이 대표적인 야수파 화가들로, 그들은 색채와 형태를 통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강렬한 색, 단순하고 대담한 형태, 그리고 직관적인 표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티스의 작품, 좌:삶의 기쁨, 우:모자를 쓴 여인

 

색과 형태의 영역에 대한 그의 탐구는 그의 스타일을 진화시켜 "모자를 쓴 여인"(1905)과 "삶의 기쁨"(1905-06)과 같은 작품들을 남기게 합니다.

 

1910년 뮌헨에서 개최된 이슬람미술전과 그 이듬해부터 두 차례에 걸친 모로코 여행에 큰 영감을 받은 마티스는 통일된 색채의 장식적인 요소, 특히 아라베스크나 꽃무늬를 배경으로 한 평면적인 구성의 독특한 작품을 창조합니다.

 

나는 내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그저 내 그림들이 봄날의 밝은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마치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 앙리 마티스

 

분할주의에 영향을 받기도 한 마티스는 순도 높은 색상들을 서로 인접시키면서 독특한 색감을 창조하는 그만의 예술을 창조함으로써 그의 영원한 라이벌,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와 함께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앙리 마티스-<푸른 누드>.116.2x88.9cm,색종이에 가슈,프랑스 니스 마티스 미술관,1952

 

말년에는 관절염 등으로 붓을 잡기 힘들어지자 가위로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독특한 화풍(컷 아웃 기법)으로 <푸른 누드>를 선보이며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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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은 의미가 없고 색과 색이 만나야 진실된 색이 나타난다

 

1909년에 그려진 "춤"은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그림은 하늘을 표현한 푸른색, 땅을 나타내는 초록색, 그리고 인물의 누드를 그린 살색, 이 세 가지 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형태와 세 가지 색만으로도 가장 조화로운 장식 그림을 그릴 수 있다.-앙리 마티스

 

당시, 마티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러시아의 부호 세르게이 시츄 킨(Sergei Ivanovich Shchukin, 1854~1936)은 두 아들과 남동생, 그리고 부인까지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버렸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마티스는 이런 후원자에게 삶의 활력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 이 역동적인 작품, <춤 I>을 그렸습니다.

 

앙리 마티스-<춤>,259.7x390.1cm,뉴욕 현대미술관,1909

 

시츄킨은 마티스에게 받은 <춤 I>을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대저택 계단에 걸어둡니다. 그는 이 그림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마티스에게 짝이 될만한 또 다른 그림을 의뢰합니다. 이에 마티스는 손님을 맞이하는 현관에서 계단을 올라갈 때와는 달리 2층에 올라서서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그림을 생각했고  <춤 I>과 동일한 형태의 구성이지만 차분한 분위기의 <음악>을 그립니다. 

 

나는 푹신한 안락의자처럼 육신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예술을 하고자 한다-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음악>.260x389cm,캔버스에 유채,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헤리티지 미술관,1910

 

 

<춤 I> 작품에는 5명의 여성이 손을 맞잡고 헐벗고 강강술래를 하듯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 처리가 깔끔하지 않고, 인물을 단순한 색으로 표현하는 등 다소 연습작의 느낌이 강합니다.

 

1910년에 그린 두 번째 작품인 <춤 II>를 보면, 그가 왜 야수파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빨강, 파랑, 녹색 세 가지 색만을 사용했지만, 하늘과 땅 인물들 모두 더욱 진한 색채로 그려냅니다. 

 

 

내가 초록색을 칠한다고 해서 그것이 풀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파란색을 선택했다고 해서 하늘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앙리 마티스

 

 

명암과 원근법도 없고, 공간감도 느껴지지 이 작품은 순수한 파란색과 녹색의 강렬한 대비가 돋보이는 배경은 뒤로 물러나 보이게 하고 따뜻한 붉은색 계열로 묘사된 인물들은 앞으로 튀어나오게 보이면서 역동성을 강화하여 조화로우면서도 격동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세부적인 얼굴 특징이 없고 과장되고 추상적인 신체 형태는 관객의 시선을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과 움직임에 집중하게 하여 단순히 춤을 관찰하는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나는 균형이 잡힌 그림을 그리고 싶다. 사람들이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그림을・・・-앙리 마티스

 

 

이렇게 비구상적인 색채를 배경으로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며 얽혀 강렬한 붉은색으로 표현된 인물들은 날 것의 본능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형태는 단순하지만 감정과 움직임을 느끼게 합니다.

 

마티스는 단색의 색채는 의미가 없고 색과 색이 만나면서 색들 간의 관계에 의해 진정한 색이 드러난다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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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해석

 

"'춤"은  삶, 자유에 대한 의지로 해석됩니다. 원형으로 춤을 추고 있는 인물들은 단결과 연속성을 상징하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다양한 동작으로 춤을 추는 자세는 자유와 기쁨의 감정을 전달합니다.

 

춤은 삶이요, 리듬이다-앙리 마티스

 

마티스가 인물에 붉은색을 선택한 것은 생명, 열정, 활력, 원초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며, 파란색과 녹색은 자연 세계를 상징하여 인물들이 존재할 수 있는 안정적이면서도 광활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마티스는 미술치료의 개념이 나오기 전에 이미 색채가 주는 영향을 믿었습니다. 예를 들면 빨간색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믿었기 때문에 아픈 친구에게 자신의 그림을 걸어도라는 조언을 합니다.

 

 

또한 '춤'은 삶과 죽음, 재생이라는 주제를, 원형을 이루는 춤은 존재의 순환적 본질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예술, 표현, 인간 경험의 본질에 대한 마티스 자신의 감정과 철학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합니다.

 

 

 

너무 많은 색채를 사용하면 아무런 효과도 낼 수 없다.
-앙리 마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