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보이(찰스 윌리엄 램튼, 마스터 램튼)-토머스 로렌스 경

달빛이 밝게 바다를 비추는 밤, 달빛 만큼 하얀 피부를 가진 미소년이 빨간 벨벳 옷을 입고 바위에 앉아서 프레임 밖을 응시하고 있는 이 작품은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토머스 로렌스 경의 <레드 보이>,혹은 <찰스 윌리엄 램튼> 이라는 작품입니다. <마스터 램튼>으로 초기에 알려진 이 그림은 1967년 영국 최초로 우표에 실릴만큼 인기가 높은 그림입니다. 

 

19세기 초 상류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했던 로렌스 경의 이 작품은 당시의 정치적, 문화적 서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토머스 로렌스-<레드 보이>,140.5x110.6cm,캔버스에 유화,런던 내셔널 갤러리,1825

 

 

작품의 배경

"레드 보이"의 어린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찰스 윌리엄 램튼'은 1818년 11월 5일 더럼 카운티의 국회의원이었던 존 램튼(John George Lambton)과 그의 두번째 부인 루이자 엘리자베스 그레이 부인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영향력 있는 램튼 가문의 일원으로서 찰스는 어릴 때부터 귀족의 특권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아버지 존 램튼은 영국 휘그당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외교관, 개혁가였으며, 어머니 루이자 부인은 영국 왕족과 정계 인맥을 가진 명망 높은 그레이 가문 출신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2021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천만 파운드에 가까운 금액으로 인수되기 전까지 램튼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앞날이 창창할 것만 같은 찰스의 삶은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1831년 13세의 어린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의 죽음은 가족에게 엄청난 충격이었고,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를 기억하기 위해 아버지는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 토머스 로렌스 경에게 현재의 가치로 약 6만 달러의 거금을 들여 7살 때의 아들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을 의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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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역사적 맥락

"레드 보이"은 영국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과 격변의 시기에 그려졌습니다. 19세기 초 조지 3세의 정신병으로 왕세자였던 조지 4세가 섭정한 기간을 일컫는 리젠시 시대(Regency era,1811~1820년)로 패션, 건축, 예술의 독특한 경향과 주목할 만한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뚜렸한 시기였습니다. 이 그림은 1825년 조지 4세 통치 기간에 제작되었는데, 이 시기는 산업혁명의 영향이 영국 전역에 점점 더 뚜렷하게 나타나던 시기였습니다.

 

이 초상화는 상류층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유함과 우아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붉은 염료는 상당히 비쌋기 때문에 부와 권력, 귀족을 상징하는 강렬한 붉은색 벨벳 정장을 입고 있는 찰스의 모습은 죽은 아들에게도 번영한 가문의 위력을 상징하고 있으며, 동시에 산업화로 인해 사회 경제 구조의 변화로  일반 대중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상류층이 누렸던 번영을 말해줍니다.

 

원래 찰스 소년이 입고 있었던 튜닉은 노란색으로 그려졌지만 아버지의 강력한 요청으로 빨간색으로 수정되었다 전해집니다.

 

또한 이 그림은 감정, 개인주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강조하는 낭만주의가 예술계에서 번성하던 시기에 제작되었습니다. 로렌스는 주로 초상화 작가였지만 찰스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적인 표정과 드라마틱하고 자연스러운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에 낭만주의적 요소를 미묘하게 녹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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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요소와 구성

"레드 보이"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귀족의 위엄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상적인 초상화입니다. 찰스 윌리엄 램튼이 약간 중앙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어 그의 젊은 얼굴과 활기찬 옷차림에 보는 이의 시선이 즉시 집중됩니다. 또한 어린 나이답지 않은 의젓함과 사색에 잠긴 듯한 표정은 기품있는 느낌을 줍니다.

 

혹자들은 '로렌스는 디즈니가 사슴을 그리듯 아이들을 그렸다'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달빛이 수면 위에 반짝이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 곶에 앉아있는 피사체의 모습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바위의 처녀'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레오나드로 다 빈치-바위의 처녀,199x122cm,1483~1486,루브르,캔버스에 유채

 

초록빛의 단풍과 드라마틱한 하늘이 어우러진 배경은 찰스의 선명한 빨간색 의상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편안하게 격식 없는 피사체의 포즈, 한 손은 머리에 다른 한 손은 마치 소파 손받침대와 같이 보이는 바위 턱에 올려진 손의 배치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귀족적인 면모를 나란히 두어 작품의 매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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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주제

"레드 보이"는 젊음, 죽음, 귀족이라는 개념이 깊이 얽혀 있는 상징과 주제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찰스의 붉은 의상은 부와 권력 그리고 귀족의 지위를 상징합니다.

 

뿐만 아니라 빨간색은 역사적으로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색으로 엘리트 계급의 의상에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빨간색은 종종 생명, 활력, 에너지와 관련이 있는데, 찰스의 요절을 고려할 때 이는 예견된 비극의 우울함을 암시합니다.

 

또한 아이 옆에 놓여진 꽃은 그의 어린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