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조르주 쇠라(예술이 과학을 만날 때)

1884년, 201cmX301.5의 대형 캔버스에 붓으로 '하나 하나 점을 찍어' 완성한 그림이 있습니다. 한가로이 강변에 앉아 햇볕을 쬐는 사람들과 세느강에서 물놀이와 목욕을 하는 풍경을 담은 이 작품은 프랑스 신인상파 화가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아스니에르의 목욕하는 사람들, Bathers at Asnières>입니다.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189~1891)-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201cmX301.5cm,1884,런던 내셔널 갤러리

 

 

신인상주의 출현

신인상주의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마지막 전시였던 '제8회 인상주의 전시회'를 통해서 세상에 공개됩니다. 처음 조르주 쇠라가 선보인 혁신적인 회화기법, 점묘법으로 대표되는 그의 스타일을 당시 사람들은 신인상주의, Neo-Impressionism라고 불렀습니다. 

 

신인상주의라는 용어는 1886년 미술 평론가 펠릭스 페네옹이 쇠라와 시냐크의 작품을 보고 만들었습니다. 시냐크는 색채와 시각이론에 대한 저술을 집필하며 신인상주의를 <크로몰루미니즘, chromoluminusm>이라고 했습니다. '점묘법'과 '분할주의' 또한 이러한 기법을 설명하는데 쓰입니다.

그리고 시냐크는 하나하나 점을 찍는 방식이 너무 힘이 들었던 탓인지 그의 후기 작품들을 살펴보면 점점 점이 커집니다.

 

쇠라는 예술에 과학이론을 더하여 인간의 눈, 망막이 빛과 색채에 반응하는 방식을 연구하는데 몰두합니다. 1875년 쥐스탱 르키앙 미술학교, 1878년에는 프랑스 국립 미술 아카데미,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하여 그림 공부를 이어나가던 중에 1879년에 열린 제4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다녀온 후 큰 영감을 받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와 같이 작품을 준비하며 그가 남긴 방대한 양의 준비용 소묘와 유화 스케치는 쇠라가 한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었지를 상세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자신의 감각, 눈에만 의존하여 예술가의 감정과 주관으로 색채에 관한 연구를 해오던 것에 반해 신인상주의 예술가들은 당시 비약적으로 발전한 색채과학 이론을 토대로 예술을 한층 더 발전시켰고 20세기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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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묘화법

조르주 쇠라가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에서 개발하기 시작해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에서 완성한 점묘법은 매우 작은 순색의 점을 찍어 이미지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순색 점을 병렬해 필요한 색조와 색 값(색상의 시각적인 강도)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녹색을 만들기 위해 파란색과 노란색을 팔레트에서 섞는 것이 아닌, 두 원색(파란색과 노란색)을 따로따로 캔버스에 병치(나란히 찍어) 우리의 눈이 녹색으로 해석하게끔 만드는 원리입니다. 

 

물감은 색을 섞게 되면 '감산 혼합'의 특징을 가지는데, 여러 가지 물감이 섞이면 섞일수록 색이 어두워지고 탁해지게 됩니다. 조르주 쇠라의 독특한 '점묘법' 기법은 색을 보다 밝고 선명하게 구현해 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지금 우리가 접하는 디지털 이미지, 사진이나 Tv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화소(Pixel)이라는 작은 단위가 모여서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이에 현대의 화소 개념이 신인상주의 예술가들의 노력에서 출발했다고 평가받습니다. 

 

프랑스 화학자 슈브뢸의 색채이론과 1879년 오그던 루드가 발표한 <현대 색채론, Modern Chromatics>은 당시 자신만의 화법을 고민하던 쇠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이제 누워서 편히 지내야 하는 나이, 아흔이 넘은 과학자 슈브뢸(Chevrel)을 쇠라는 직접 찾아가 보색에 관해 묻고 배울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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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역사적 배경

19세기 후반,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프랑스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파리는 오스만 남작에 의해 대대적인 재건 사업이 진행되었고 우리가 아는 파리의 모습은 대부분 이때 만들어집니다.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조르주 쇠라,207.6cmX308cm,1884~1886,캔버스에 유채,시카고 미술관

 

센 강은 파리 시민들이 번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즐겨 찾는 휴양 장소가 되었습니다. 파리 북서쪽 교외에 위치한 아스니에르는 번잡한 거리에서 벗어나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휴양지 중 하나였습니다.

 

조르쥬 쇠라의 또 다른 작품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아스니에르의 목욕하는 사람들>가 보여주는 배경의 강 반대편을 묘사한 것입니다. 

 

왼쪽 강변,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와 목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노동자 계층을 묘사했고, 오른쪽 그랑드자트 섬의 경우는 부르주아 계급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아스니에르 배경의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밝게 표현되었지만 그랑드자트 섬의 경우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이 두드러집니다.

 

욕망을 암시하는 '목줄이 달린 원숭이', 매춘업을 상징하는 '강둑에서 낚시하는 여자'등은 당시 부조리가 만연한 파리 부르주아 계급의 타락상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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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균형

조르주 쇠라는 현장에 나가 스케치를 했고, 화면에 배치할 모든 세부요소들을 미리 그려보았습니다. 각 인물의 배치, 강과 육지의 비율, 수평선을 이루고 있는 공장의 위치등 최종 이미지에서 보여줄 모든 것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연구했던 것입니다.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의 최종 연구 습작,1883, 시카고 미술관

 

그 결과, 이 그림은 이미지 전반에서 적절한 균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스듬하게 좌에서 우로 내려오는 강둑의 기울기는 화면을 강과 육지로 구분시켜 주며, 빨간색과 주황색의 세부요소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왼쪽 하단 주황색 수영복 소년을 위한 콩테 스케치

 

이미지 오른쪽 하단, 물놀이 중에 두 손을 모아 입에 대고 있는 소년의 수영복과 모자는 주황색이며, 이것이 가운데 앉아 있는 인물의 빨간색 수영복을 거쳐 왼쪽의 갈색 방석과 화면 왼쪽에 있는 갈색 강아지와 대각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강물에 떠 있는 배에 걸린 프랑스 삼색기를 묘사한 빨간색과 주황색은 화면 전체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녹색이 이미지를 둘러싸고 있고, 이미지 상단 오른쪽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고 있는 숲은 왼쪽 하단 부분의 짙은 갈색으로 채색한 부분과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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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색상 팔레트

조르주 쇠라는 대여섯 가지 순색 물감을 점으로 찍어 이 그림을 완성했는데, 언뜻 보기에는 마치 혼합된 색으로 묘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하늘의 옅은 파란색은 분명 물의 주조색이나 이 색은 풀밭과 나무에도 관찰됩니다. 작은 파란색 점이 나뭇잎의 질감과 밝은 영역을 표현하면서 이미지 전체를 덮고 있는 색온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쇠라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근대 시기에 개발되었던 거의 모든 색을 사용합니다. 이 시기 개발되었던 색이 점묘법을 사용한 그림에 생동감을 더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쇠라는 주황색과 파란색, 빨간색과 녹색, 노란색과 붉은빛이 도는 보라색 같은 보색관계의 색을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특징은 저마다 다른 모양의 색 점을 이용해서 화면 각 부분의 대상을 매우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풀밭은 붓터치의 길이 짧고 칼날처럼 가는 잎 모양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냄으로써 묘사하였고, 나무에는 그보다 더 작은 점들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강물에는 대여섯 가지 색의 가는 선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수평선을 그어서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을 표현해 냅니다. 이는 강에 떠 있는 삼색기 걸린 조각배의 물그림자에서 이러한 특징을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둘러싸고 있는 풀밭은 빨간색, 녹색, 파란색, 그리고 노란색 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에 더해 비리디언에 섞인 짙은 청록색으로 공간감을 만들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