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그린 꿈의 사진 살바도르 달리-기억의 지속(Persistence of Memory)

1904년 스페인 카탈루냐주 피게레스에서 태어난 살바도르 달리는 그의 독특하고 기괴한 이미지로 유명한 초현실주의 예술운동의 가장 유명한 인물입니다. 달리의 예술 여정은 인상주의와 입체파의 영역에서 시작되었지만, 무의식을 시각화하는 예술인 초현실주의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의 작품은 꿈의 기억을 이미지화하는데 노력하여 비현실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을 혼합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살바도르 달리-기억의 지속,24x33CM,1931,캔버스에 유채,MOMA

 

 

손으로 그린 꿈의 사진

 

살바도르 달리가 1931년에 완성한 '기억의 지속성'은 24cm x 33cm 크기의 유화 작품입니다. 작은 노트만 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은 관람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이 작품은 달리의 고향인 카탈루냐의 바위 해안을 연상시키는 배경으로 모래사장 곳곳에 녹아내리는 시계를 묘사하여 꿈속의 이미지를 보는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작품은 달리의 특유의 초현실주의적 스타일을 잘 보여주며, 현실과 꿈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그의 예술적 접근을 반영하고 있으며 작품에 배치한 각 요소들은 다음과 같은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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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는 시계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 죽은 올리브나무 위 그리고 갈색 상자(계단) 위에 녹아내리는 회중시계들은 그는 환각 상태에서 마주하던 부드럽고 단단한 느낌, 그리고 차갑고 뜨거운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꿈속에서 계단이나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것은 성행위를 상징한다" -<꿈의 해석>, 프로이트

 

 

이 흐늘흐늘한 시계에 대해, 달리는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독일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며 단순히 '태양 아래 녹아내리는 카망베르 치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리는 자신의 작품과 모든 관람자의 주관과 직관적으로 연결점을 찾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설명은 달리의 작품이 단순히 과학적 이론이나 철학적 사유에만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개인의 경험에서도 영감을 받았음을 말해줍니다. 녹아내리는 시계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을 해체하고, 현실과 초현실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달리의 예술적 시도를 상징합니다. 이는 달리가 자신의 예술을 통해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던 욕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일상적인 사물에서도 예술적 영감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개미

그림 아래의 구석에 있는 주황색 회중시계에는 개미가 득실거립니다. 달리에게 개미는 죽음과 부패의 상징이었으며 스페인의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과 함께 만든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를 비롯하여 그의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개미는 일반적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달리는 이를 낯선 맥락에서 사용함으로써 관람자에게 더욱 강렬하고 혼란스러운 인상을 줍니다. 

 

살바도르 달리는 어린 시절부터 벌레와 생선머리와 같은 물컹거리는 물체에 대한 강한 공포와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메뚜기를 보면 발작 증세를 일으킬 정도로 심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그의 예술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작품 속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반복적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는 그의 개인적인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그의 독특한 초현실주의적 스타일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이는 달리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특징으로, 일상적인 요소를 비일상적인 상황에 배치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과 초현실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듭니다. 개미가 득실거리는 시계는 시간의 흐름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상징하며, 이는 달리의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주제인 인간의 무의식과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그의 예술적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상한 물체

화면 중앙에 위치한 이상한 형태의 물체는 인간의 얼굴을 연상시키며, 특히 기형적인 코가 특징적입니다. 이 요소는 흔히 살바도르 달리 자신의 자화상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이 비현실적인 형태의 물체는 달리의 상징인 특이한 콧수염을 연상시키는 속눈썹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곤충의 느낌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물체에는 혀와 유사한 형태의 물체가 코에 매달려 있는데, 이는 달리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변형된 형태와 기괴한 이미지를 반영하는 요소입니다.

 

달리의 작품에 자주 투영했던 성적 욕망과 에로티시즘을 기반으로 '이상한 물체'가 갈라 혹은 그의 어머니를 상징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감상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요소는 달리의 작품이 가지는 초현실주의적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현실의 요소를 변형시키고,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형태로 재해석하여,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예술적 시도를 보여줍니다. 이 물체는 달리의 내면세계와 자아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그의 예술적 상상력과 창조력의 근원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미스터리를 사랑한다. 
그것이 사람들이 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다.
-살바도르 달리-

 

절벽

 

이 작품에서 묘사된 밝은 빛을 받으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험준한 바위가 있는 바닷가 풍경은 살바도르 달리가 성장한 카탈루냐 지방의 북동쪽에 위치한 크레우스 곶을 묘사하였습니다. 이 장소는 달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스페인에서의 기억들을 보여주며, 기억의 지속성과 영속성을 암시합니다.

 

호수처럼 고요한 느낌의 바다는 비현실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현실과 꿈, 기억과 상상이 서로 얽히며, 이를 통해 관람자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달리가 추구한 예술적 비전의 핵심이며, 그의 작품들이 지닌 독창성과 깊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억의 지속성'에서의 절벽 장면은 달리의 개인적인 기억과 그의 예술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예로,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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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의 아이콘 살바도르 달리

 

자신의 창의성만큼이나 화려한 성격과 자기애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는 1904년 스페인의 피게레스에서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습니다.

 

1972년 호텔 뫼리체에서의 살바도르 달리

 

달리만큼 독특한 성격을 가졌던 그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달리에게 '너는 네가 태어나기 전에 3년 만에 사망한 첫 번째 형인 살바로르가 환생한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도 죽은 형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그렇게 억압받던 기억은 그의 작품에서 죽은 형과 카탈루냐의 풍경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가 됩니다.

 

1922년, 17세 때 마드리드의 스페인 최고의 예술 명문 산페르난도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했지만, 당시 파리에서 일어난 새로운 예술운동에 더 큰 관심을 보이게 되며 인상주의와 점묘법 양식을 실험했으며, 라파엘로, 아뇰로 브론치노, 벨라스케스 그리고 요하네스 베르메르등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면밀히 연구하고 그들을 모방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그의 상징과도 같은 콧수염은 자신이 존경하던 화가 벨라스케스를 오마쥬한 것입니다.

 

싹수부터 남달랐던 달리는 산페르난도 왕립 미술학교의 구술시험에서 교수들을 조롱합니다. 

"나는 너희들 3명의 교수보다 훨씬 똑똑하다. 네들에게 평가받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학교에서 퇴학을 당합니다.

 

1926년과 1929년 사이, 달리는 파리를 수차례 방문하면서 입체파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미로와 그에게 초현실주의를 소개해준 르네 마그리트를 만나게 됩니다.

 

초현실주의는 1920년대 초, 주로 파리에서 시작된 예술 및 문학 운동이었습니다. 이 운동은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생겨난 다다이즘에서 발전했습니다.

다다이즘은 허무주의와 반예술 정서로 특징지어졌지만, 초현실주의는 보다 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표현을 추구했습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초현실주의자들은 꿈과 현실의 모순적인 조건을 절대 현실, 즉 "초현실"로 조화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무의식적인 마음을 접근하는 것이 창의력을 해방하고 새로운 예술적 표현 영역을 탐험하는 열쇠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달리의 작품 <기억의 지속>을 본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아닌 오히려 지나치게 계획적인 그림이라며 초현실이 아니라는 평가를 했다 전해집니다. 

 

 

1929년, 파리로 이주한 뒤 프랑스의 시인이자 초현실주의의 주창자인 앙드레 브르통을 만나 초현실주의자들과 협업을 시작하였고 그 해 달리가 일생을 치열하게 사랑했던 여인 '갈라'와 만나게 됩니다. 갈라는 당시 다른 사람(폴 엘루아르)과 이미 결혼한 상태였지만, 달리는 그녀의 지적인 매력에 푹 빠져버립니다. 이후 그녀는 남편을 버리고 달리의 뮤즈가 되어 영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달리는 자동기술법의 이론을 따라서 무의식이 자신을 이끌게 하며 '편집증적 비평' 방법이라는 것을 창조합니다. 그것은 자발적 편집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달리는 세심하고 고전적인 양식의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1930년대에 달리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창작하며, 글쓰기와 영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는 초현실주의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지만, 히틀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던 그의 파시즘에 가까운 정치적 성향 때문에 초현실주의 그룹에서 추방당하게 됩니다. 달리와 갈라는 1940년 뉴욕으로 이주해 1948년까지 살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발레 극장 디자인, 보석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나는 매우 나쁜 화가다. 나는 좋은 화가가 되기엔 너무 똑똑하다
-살바도르 달리-

 

 

살바도르 달리는 생애 후반기에 유명세를 활용해 다양한 TV쇼에 출연하고, 랑방 초콜릿부터 올드 앵거스 스카치 등 다양한 TV 광고에 출연하며 자신의 유명세를 더욱 활용하게 됩니다. 또한, 돈키호테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심지어 성경까지, 고전 문학을 초현실주의적 시각으로 삽화를 그리기도 합니다.

 

츄파춥스 로고의 디자인도 살바도르 달리의 것으로 유명합니다.

 

달리는 괴팍한 성격과 함께 독특한 행동으로도 유명했습니다. 1936년 전시회 오프닝에 전신 잠수복을 입고 나타나(이때 달리는 질식사 할 뻔합니다.) 묘기를 부렸고, 1963년 출간했던 <천재의 일기>라는 책에서 자신을 천재라고 선언했으며, 파리의 거리를 개미핥기를 끌고 다니는 등의 그의 행동들은 그가 사람들의 관심을 얼마나 열망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행들은 한 때 그의 작품들을 평가절하 받게 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애완동물 개미핥기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정상적이지 않을 뿐

-살바도르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