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을 - 마르크 샤갈

1910년, 샤갈은 고향 벨라루스를 떠나 파리에 도착한 다음날 <앵데팡당 전>으로 달려갑니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을 접하게 되었고 그 이듬해 1911년 앵데팡당 전에 자신의 작품 '나와 마을'을 출품하게 됩니다. 이것이 그에게 파리에서의 첫 무대였습니다.

 

 

가슴으로 부터 그림을 그리면
거의 모든 것이 착착 맞아들어가지만
머리로부터 그림을 그린다면
대부분 어그러지고 만다
-마르크 샤갈-

 

그림 a, 마르크 샤갈-나와 마을,192cmX151.4cm,MOMA,캔버스에 유채,1911

 

 

유년의 추억과 유태인이라는 정체성

 

1911년은 또한 유럽이 세계대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던 시기로, 많은 예술가들이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겪는 가운데 새로운 예술 형태를 고민하고 탐구하던 시기였습니다. 

 

"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은 마르크 샤갈이 1911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샤갈은 파리로 이주하여 큐비즘, 포비즘, 초현실주의 등 여러 아방가르드 운동을 접하고 또 다양한 작가들과 교류를 펼쳐나갑니다. 이는 그의 작품에 다양한 형태와 색채를 실험하는 기반이 되었고 훗날 '색채의 마술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파리! 나에게 파리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단어였다-마르크 샤갈

 

 

이 작품은 그의 유대인 정체성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강하게 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와 마을"에서는 그의 고향인 비테프스크의 풍경이 여러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고, 이는 그가 느꼈던 향수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술도 삶과 같이 사랑에 뿌리를 두면 모든 일이 가능하다-마르크 샤갈

 

작품에는 유태인 마을을 상징하는 요소들도 보입니다. 단순히 이 작품은 '고향에 대한 향수'라는 주제를 넘어 당시 유럽 유태인들이 겪고 있던 고난에 대한 심정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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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분석

조형적 특징: 색채, 형태, 구성

 

언뜻 보면 장난처럼 그린 그림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엄청난 조형성이 갖춰진 작품입니다. <나와 마을>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채로 가득 차 있으며, 이는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샤갈은 색채를 통해 강렬한 감정의 표현과 시적인 분위기(그림 b-1)를 창출하며, 이는 관객에게 직접적인 감정적 반응을 유도합니다.

 

그 무엇보다 내 영혼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은 예술이다-마르크 샤갈

 

그림의 오른쪽에는 녹색의 옆모습을 한 사람, 샤갈 자신인듯한 요소(그림 b-1)가 배치되었습니다(샤갈의 작품, 암스테레담 시립미술관에 있는 <손가락이 일곱 개인 자화상>에서도 비스듬히 앞에서 본 얼굴에 커다란 삼각형 코가 그려져 있습니다.)

 

녹색 남자가 한 손에 쥔 꽃 한 다발(그림 b-3, 생명의 꽃)을 왼쪽 상단에 배치된 염소에게 건네는 듯 묘사됩니다. 또한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들의 눈은 미묘한 선(그림 b-2, 파란색 점선)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림 b, 나와 마을 조형적 요소

 

 

유대인 전통에서 염소는 죄인이 죽은 후 그들의 영혼을 맞이해 주는 존재입니다. 사람과 염소는 서로 강한 유대감을 가진 듯 마주 보고 있습니다. 

 

형태에 있어서는 샤갈이 실제와 환상을 혼합하는 방식이 두드러집니다. 그의 형태는 구체적인 묘사와 추상적인 변형이 결합되어 있어, 현실과 꿈의 세계를 넘나듭니다. 예를 들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은 현실적인 비례를 벗어난 채, 감성적이고 상징적인 형태로 재해석됩니다(그림 b-8).

 

염소의 주둥이와 녹색 얼굴을 지나는 중앙의 원(그림 b-4)은 운동감을 주는 동시에 작품에 따로 배치된 요소들을 통합하는 힘을 가집니다. 중앙 상단에 농부와 소의 젖을 짜는 여자를 배치하여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근면성실함(그림 b-6)을 보여주었고 일부요소인 사람과 집을 거꾸로 묘사(그림 b-5)하여 작품의 흥미를 더했습니다. 

 

작품 전체에 대부분 영역을 차지하는 빨강과 녹색은 보색 대비(그림 b-7)를 효과를 통해 관람자의 눈을 사로잡고 감동을 더하게 됩니다. 

 

색이 전부다
색채가 올바르다면 그 형식이 맞는 것이다
색이 전부이고, 음악처럼 진동한다.
그 전부는 그 떨림이다 

-마르크 샤갈

 

샤갈은 전통적인 관점과 원근법을 무시하고, 대신 여러 장면과 이미지를 중첩시켜 하나의 화폭에 담아냅니다. 이는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적 요소가 결합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꿈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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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과 큐비즘

샤갈은 큐비즘과 같은 당시의 예술적 흐름에 영향을 받았지만, 그는 이러한 경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변형시켰습니다. 큐비즘은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탐구합니다.

 

이는 관찰자에게 형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었고,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난 혁신이었습니다.

 

샤갈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면모를 엿볼 수 있으나, 그는 큐비즘의 분석적이고 기하학적인 접근 방식 대신에 더욱 감성적이고 서사적인 요소를 중시했습니다.

 

미술은 사랑의 표현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 마르크 샤갈 

 

그의 작품에 나타난 형태들은 큐비즘에서 볼 수 있는 조각적이고 다면적인 묘사와는 다르게, 더욱 유동적이고 동적인 선을 사용하여 감정과 운동성을 표현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샤갈이 단순히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개인적인 스타일로 소화하여 전혀 새로운 자신만의 표현 방식,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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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샤갈의 작품은 전통적인 미술의 형식을 깨고,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중심으로 한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으며,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창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샤갈의 예술은 감정과 상상력을 중시하는 경향을 더욱 부각했고, 이는 20세기 중반의 여러 예술 운동, 특히 추상 표현주의와 관련이 깊습니다. 또한, 그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기법은 뒤이은 세대의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마르크 샤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