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의 여인 -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이제 막 사슬을 풀고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한 여인이 뱃머리에 등불을 달고 먼 길을 떠나려는듯한 이 작품은  영국의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1888년에 그린  <샬롯의 여인>입니다. 이는 라파엘 전파의 양식으로 그려진 작품 중 하나로 영국 아서왕 전설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희미하게 펼쳐진 넓은 수면 저편을
무아지경에 빠진 어떤 대담한 예언자처럼
그 자신의 모든 불행을 보면서
유리처럼 무표정한 안색으로 
그녀는 카멜롯을 보았다네
그리고 날이 저물어
그녀는 사슬을 풀어, 멀리 던져버렸네.
드넓은 시내는 그녀를 멀리 실어갔네,
바로 그 샬롯의 여인을.

-엘프레드 테니슨의 시 -

 

샬롯의 여인 183cmX230cm 1888 by John William Waterhouse

 

<샬롯의 여인>은 1888년, 1894년, 1915년 총 3개의 작품이 있습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는 두 부모님이  모두 화가로 1849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납니다. 훗날 런던으로 넘어가 왕립미술 아카데미에서 들어갑니다. 25살 처음으로 아카데미 공모전에 입선하였고 이후로도 계속 아카데미 미술계에 존경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경력초기에는 그리스 신화와 같은 고전주의적인 그림을 그립니다. 이후 자기가 태어났던 해 결성되었던 라파엘 전파의 영향을 받아 라파엘 전파가 해산된 수십 년 후에 그들을 따라갑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라파엘 전파 ( Pre-Raphaelite Brotherhood)는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일어난 예술 조직으로 산업화와 기계화에 대한 반발로 사실주의, 자연의 완벽함, 자연을 모방 등의 목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들은 주로 그리스 로마신화, 영국의 전설 아서왕이야기 그리고 셰익스피어 소설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알프레드 테니슨 경의 시

 

랜슬롯을 바라보는 샬롯의 여인 142.2X86.3cm 1894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이 작품은 평소 워터하우스가 좋아했던  영국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 경이 영국 아서왕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1832년에 쓴 시 "샬롯의 여인"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것입니다.이 시는 영국 아서왕 전설의 엘레인이라고 불리는 한 젊은 여성의 비극적인 짝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계관시인은 영국 왕실이 인정하는, 국가가 인정하는 가장 명예로운 시인에게 내리는 칭호입니다. 죽을때까지 지위가 보장되었으며 왕실의 경조사 같은 공식석상에 시를 짓고 읆었던 왕실의 일원이었습니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명예의 상징으로 월계관을 수여했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녀는 현실세계를 직접 바라보면 죽는 저주에 걸려 있었고 오직 거울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본 것은 패티스트리로 엮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 있었습니다. 거울을 통해 행복한 연인들이 오손도손하는 모습을 보는 날이면 속상한 마음 가득히 방안에 갇혀서 태피스트리만 짜고 있던 그녀에게 어느 날 거울을 통해 기사 랜슬롯이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그 멋진 모습에  너무나도 흥분한 나머지 그만 창문을 통해서 직접 랜슬럿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자 거울이 깨졌고 곧 죽음의 저주가 찾아올 것 을 알게 된 이 여인은 뱃머리에 <샬롯의 여자>를 새기고 죽기전에 랜슬롯 얼굴 한번 더 보기 위해  배를 띄웁니다. 
 
 

부분도

 

상징

그림은 상징적인 요소로 가득차 있습니다. 뱃머리에는 곧 꺼질듯한 등불을 달려 있고 뱃머리 근처에 위치한 십자가는 이 여인이 젊은 나이에 죽을 것을 암시합니다. 그 십자가 옆에는 세 개의 촛불이 있고 두개는 이미 꺼졌고 남은 하나마저도 바람에 나부끼고 있습니다. 무릎에는 떨어진 낙옆 하나, 그녀 근처를 날아다니는 참새 등 그림이 더이상 우울할수 없을만큼 온통 죽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녀가 직접 짠 태피스트리 그림에는 <거울을 통해 세상을 봐야만 했던 본인의 모습> 하나와, 죽음이 코앞인 촉박한 시간에 언제 다 이렇게 짰을까 궁금한 <자신이 방금 전 부터 사랑한 기사 랜슬럿이 동료들과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 있습니다. 그녀의 피부보다 더 하얀드레스와 화려한 색상의 태피스트리는 이상과 현실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Ophelia (1852)76.2cmx111.8cm by John Everett Millais

 
 
그림이 그려졌던 산업혁명 당시 런던에는 전국 각지에서 돈을 벌러 온 사람들로 넘쳐나게 됩니다. 그 중 일부 여성들은 몸을 팔아서 생활을 하고, 인권도 노동 조합도 없었던 시기, 노동 착취를 견디다 못한 여성들이 다리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하여 템즈강에서 여성의 시신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전해집니다. 워터하우스를 비롯한 라파엘 전파들은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을 그림에 상징적인 요소를 담아 자신들의 메세지를 전달했습니다. 
 
 

마치며

'나는 정신나간 반쪽의 그림자'라고 레이디 샬럿은 말했다 1915 John William Waterhouse

 

그녀는 미궁에 갇혔지만 아직 기쁨이 있고
거울 속 멋진 광경을 미궁 속으로 가져오려 하고
침묵의 밤들이 계속 던져지는 가운데
죽음의 의식은 안개 기둥과 빛으로 이루어지는데
또한 음악은 카멜롯으로부터 왔다는데
아니면 달빛으로 하늘 위에 왔을 때
두 연인이 늦게 결혼에 이르렀을 때
'나는 정신 나간 반쪽의 그림자' 라고 레이디 샬럿은 말했네.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샬롯의 여인> 제 2장 네번째와 마지막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