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는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로, 바로크 시대의 여성 화가로서 그녀의 독창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과 주제, 그리고 아르테미시아의 비극적인 개인사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목차>

작품의 주제

작품의 동기

그날의 사건 일지

작품 해석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1614-1620,199X162.5cm,캔버스에 유채, 피렌체 미술관

 

 

작품의 주제

시대마다 지역마다 용감한 여성을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은 구약 성경의 논개, 유디트의 이야기입니다. 유디트는 아시리아 왕 네부카드네자르의 장군 홀로페르네스로부터 점령당한 도시를 구하기 위해 그를 유혹한 뒤 술에 취해 잠든 사이 그의 목을 베어버립니다. 대장을 잃은 아시리아군은 오합지졸이 되어 전투에 패하게 되었고 그렇게 유디트는 마을을 구한 영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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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동기

표면적으로는 피렌체 국립 미술원의 첫 번째 여성 회원이었던 아르테미시아에게 피렌체의 유력 인사였던 코시모 데 메디치의 의뢰로 그려졌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이 보여주는 강렬한 감정과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한 것을 보면 지나친 감이 없지 않은데요. 이것은 그녀가 지금으로 치면 주민등록증도 나오지 않은 어린 시절 겪은 비극을 알게 되면 한편으로 십분 공감이 되는 장면입니다.

 

비극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르테미시아는 토스카나 지방의 화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의 장녀로 태어나 모친을 일찍 잃고 부친의 공방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런 그녀는 미술 외에는 어떤 교육도 받지 못했으며 성인이 되기까지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미술에 관한 소질은 특출 나서 아버지의 자랑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그녀의 재능은 얼마지 않아 겪게 될 비극에 가려져 오랫동안 그저 희생자로만 기억되어 왔습니다.

 

그녀의 꽃다운 나이. 방년 18세가 되던 해, 아버지의 친구이자 동료화가였던 아고스티노 타시와 함께 어느 궁전을 장식하기 위해서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공동 작업이 이어지던 5월의 어느 하루, 아르테미시아는 그녀의 집에서 예고 없이 찾아온 타시에게 그만 아픔을 당하고 맙니다.

 

그녀는 자신의 정조를 회복하고 타시와의 미래를 꿈꾸며 자신이 그와 결혼을 할 것이라는 희망에 교재 아닌 교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쁜 남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9개월이 지나도록 결혼 이야기가 없자 이에 분노한 아버지 오라치오는 타시에게 법적 소송을 제기합니다.

 

7개월이라는 기나긴 재판 과정에서 타시의 죄상(아내 살인, 처제도 건드렸던 짐승)이 낱낱이 밝혀지고 아르테미시아는 자신의 증언을 입증하기 위해 '엄지나사'고문까지 받았다 전해집니다. 재판의 결과로 타시에게 로마 법정은 추방을 결정하지만, 이 결정은 타쉬가 인맥을 활용하여 교황의 힘이 뻗치면서 결국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림을 다시 보게 됩니다.

 

사실이다 사실이다 내가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다

 

아르테미시아가 당한 엄지나사 고문 도구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아고스티노 타지에 대한 강간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을 때, 그녀의 진술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엄지나사(Thumbscrew)"라는 고문 방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엄지나사"는  단순하게 생겼지만 내부의 날카로운 돌기로 손가락, 발가락을 압박하거나 날카로운 가시로 손톱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전해집니다. 이러한 가혹한 고문에도 아르테미시아는 자신의 진술이 사실임을 입증하기 고통을 견디며 '일관된 증언'을 유지하였습니다.

엄지나사 고문 방식은 근대 초기 유럽, 당시의 법정에서 증인의 진술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거짓말 탐지기'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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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사건 일지

당시 사건 상황에 대해서 400페이지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해집니다. 그녀 보다 두 배 이상 나이가 많은 해양 풍경화가였던 아고스티노 타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타시는 아르테미시아의 미술 선생은 아니었지만, 미술 용품을 가지러 왔다는 핑계로 아르테미시아의 집을 자주 방문했습니다.

 

콰드라투라(소틴스, 앙시법)에 능했던 타시와 젠틸레스키는 1611년 스키피오네 보르게세 추기경의 여름 궁전을 장식할 프레스코화를 공동 제작했는데, 타쉬가 만든 콰드라투라에 젠틸레스키가 그린 인물들이 남아있고 그 인물 중 하나는 부채를 들고 머리를 느슨하게 늘어뜨린 젊은 여성으로, 아마도 젊은 아르테미시아의 초상화일 것이라 전해집니다.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에서 "콰드라투라"는 천장화를 그리는 데 사용된 원근법 기법을 의미합니다. 이 기법은 2차원의 천장을 3차원의 공간처럼 보이게 만들어 관람자에게 실제로 그 공간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 일종의 착시효과를 주었습니다. 주로 돔 형태의 성당이나 건축물의 천장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타시는 그녀를 쫓아다닙니다. 일은 벌어집니다. 그러나 친구이자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어린 아르테미시아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위층 세입자' 투자아 메달리아의 공모가 아니었다면 그날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녀는 아르테미시아의 상황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음으로써 말 그대로 방관했습니다.

 

이후 7개월에 걸친 혹독한 법정 소송에서 그날과 관련된  세부 사항이 공개되고 타시는 자신의 범죄를 밝혀줄 증인을 뒤에서 몰래 회유를 시도하고 아르테미시아가 다른 남성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 편지를 만들어 그녀를 신뢰할 수 없는 '가벼운 여자'정도로 만들고자 양심도 없이 최선을 다합니다.  

 

아르테미시아는 사건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와 두 명의 조산사가 실시한 그녀에게 너무나도 끔찍했던 신체검사, 그리고 자신의 증언을 위한 '엄지나사'고문, 재판 과정에서 진행되었던 이 모든 것들 그녀의 정신을 망가뜨렸고 삶을 포기하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르테미시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열일곱 살 소녀는 꿋꿋이 자신의 죄를 부인하는 범죄자 앞에서 끝까지 맞서 싸웠습니다. 그녀의 증언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했던 고문에서 손가락에 '시빌(엄지나사 고문)' 끈이 점점 더 단단히 감기면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다음과 같이 외쳤습니다.

 

"에 베로, 에 베로, 에 베로, 에 베로"(사실이야, 사실이야, 사실이야)

 

이에 대해 미술사학자 잔느 모건 자루 치는 아르테미시아의 친구 투지아가 그녀를 배신하고 끔찍한 범죄를 방관했던 것을 두고 매춘을 알선한 포주에 비유했습니다. 

 

재판이 끝난 다음 날 그녀는 피렌체 출신의 화가 피에란토니오 스티아테시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피렌체로 이주하게 되는데요. 미술사학자들은 이를 두고 그녀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 평합니다. 그리고 어느 학자는 그녀의 남편을 두고 이르길 "충실하고 애정이 넘치는 조력자이자 충실한 기생충으로, 그의 아내의 명예를 보호하는 사람"이라며 다소 '남성혐오'에 가까운 과격한 표현으로 특징지었습니다. 그리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의 아이콘이 됩니다.

 

그렇게 피렌체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고, 당시 여성들은 예술가로서 인정받기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아 유명인사가 되어 '그래도 지구가 돈다'로 유명한 갈릴레이 갈릴레오를 비롯해 수많은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며 본격적으로 예술가로서의 경력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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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석

아르테미시아는 그림 속의 인물들을 실제와 같이 그렸으며, 명암의 대비를 강조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극적인 각도와 연극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관람자의 시선을 관람자의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그녀는 감정을 깊게 표현하는 데 능숙했으며, 유디트의 집중된 표정과 홀로페르네스의 고통스러운 모습은 강렬한 명암법을 통해 더욱 돋보입니다. 아르테미시아는 그녀의 아버지가 존경하는 카라바조의 키아로스쿠로 스타일을 참고하면서, 그녀만의 감정의 깊이와 섬세함을 더해 그렸습니다. 

 

목을 베는 유디트 세부사항

 

 

홀로페르네스

먼저 그림을 살펴보면 아르테미시아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깨닫지도 못하고 목이 베여 죽어가는 홀로페르네스 장군을 세심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유디트는 왼손으로 그의 머리를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그의 목을 베어나는 중에 피가 솟구쳐 흘러나와 이불을 핏빛으로 물들여 갑니다. 

 

대개의 경우 유디트가 결행을 위해 홀로페르네스의 검을 사용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십자가 문양의 검을 사용합니다. 이는 마치 예수 그리스도가 죄악을 이기는 것을 연상케 합니다. 

 

유디트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 장군이 그녀의 고향을 공격하자 그의 군대를 찾아갑니다. 장군은 유디트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유혹할 목적으로 와인 데이트를 청합니다. 그러나 까만 마음이 있었던 장군은 술이 강한 유디트를 술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술에 취해 먼저 잠들고 맙니다.

 

유디트를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을 탐하려고 했던 장군의 목을 베어 버립니다. 유디트의 찌푸린 미간, 팔꿈치까지 올라간 소매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이 상황에 열심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브라

유디트의 하녀는 보통 뒤에 서있는 노인과 같이 나약한 여성으로 묘사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주인인 유디트를 적극적으로 도와 상황에 개입합니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 치더라도 장군이 여자 한 명에 당했을까 싶었겠지만 두 여성이 힘을 합해 장군을 제압하는 장면으로 이 이야기는 개연성을 얻게 됩니다. 홀로페르네스는 아브라를 밀어내려고 주먹을 휘두르지만 그녀는 그를 꼼짝 못 하게 잡아두고 있습니다. 

 

유디트의 팔찌

팔찌에는 두 개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활을 든 여성이고 다른 하나는 발 옆에 동물이 함께 있는 팔을 든 여성입니다. 이들은 디아나와 아르테미스, 사냥의 여신이자 달과 동물의 여신들입니다. 이는 과거를 바라보는 아르테미시아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유디트의 모델이 곧 자신임을 말해줍니다.

 

십자가 검

검과 검을 쥔 팔을 정중앙 배치하여 목을 베는 행위 자체에 무게를 두었으며 세 인물의 팔 모두가 홀로페르네스의 목 위치를 향하게 하여 일종의 지시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