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리듬(Numeber 30)-잭슨 폴록

공사장 페인트 작업장의 발판과 같은 이 작품은 미국 추상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잭슨 폴록의  <가을의 리듬>입니다. 은둔형 알코올 중독자로 알려진 잭슨 폴록은 초현실주의(Surrealism)의 여러 기법을 연구하던 어느 날 캔버스에 물감을 들이붓기 시작하는데 그의 작품 여섯 점을 모으면 강남의 1조 원 상당의 빌딩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가을의 리듬(30번)-잭슨폴록(266.7cmX525.8cm) 1950

 

 

잭슨 폴록의 생애(Jack the Dripper)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은 어린 시절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형이상학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신지학(Theosophy)의 개념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예술인생 전반을 지배하는 경험이 됩니다. 

 

십대시절의 잭슨폴록

신지학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였으며, 신비주의 운동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폴록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이 신지학적 개념을 접하게 되었으며, 이것을 통해 초자연적인 세계나 영적 차원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나중에 폴록이 초현실주의라고 불리는 예술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한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초현실주의는 현실과 무의식적인 세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과 문학 운동으로, 상상력과 무의식적인 영감을 강조합니다. 이 운동은 알코올과 함께 잭슨 폴록이 추상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드리핑 기법과 무의식적인 표현과 관련이 있습니다.

 

1946년부터 1953년까지 폴록이 사용했던 뉴욕의 작업실

또한, 폴록은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학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세계를 연구하며,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하고 표현하는 이론적 바탕이 됩니다. 폴록의 작품은 이러한 신지학적, 초현실주의적, 그리고 정신분석학적 영감을 통해 무의식적인 세계와 심리적인 요소를 다루며, 추상 표현주의 예술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폴록은 1930년, 미국 대공황 시기에 뉴욕으로 건너가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서 공부하며 멕시코 벽화가 오로스코와 리베라의 작품의 매력에 빠집니다. 그 후 1935년부터 폴록은 공공사업진흥국(Works Progress Administration, WPA)에서 진행하는 미국 연방미술 프로젝트 (Federal art project)에서 일을 하고. 다음 해에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가 기획한 예술 워크숍의 경력은 폴록을 단숨에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미국 연방 미술 프로젝트(Federal art project)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C.I.A가 주축으로 미국 미술 시장을 홍보하고 예술가들을 지원(작품을 비싸게 사서 다른 나라에 더 비싼 값에 되팔기 등)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연방 정부의 예술 진흥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문화 발전과 고용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로 진행되었고 이때 잭슨 폴록, 고르키, 쿠닝 등 많은 예술가들이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프로젝트였습니다. 

 

1942년 공공사업진흥국과의 프로젝트가 끝난 후 그의 작품은 완전히 추상적으로 변하는데, 큰 규묘의 캔버스에 복잡한 패턴과 생동감 넘치는 색상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남기기 시작합니다. 1940년대 후반, 폴록은 바닥에 놓인 캔버스에 물감을 던지고 튀기거나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인상주의의 출현과 함께 현대미술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왔지만 폴록은 이에 더해 그림을 바닥에 두고 그리는, 그것도 붓도 없이 그리는 파격적인 기법을 만들어냅니다. 이전에 화가들은 이젤(캔버스 받침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폴록은 드리핑 기법을 통해 이젤에서 해방된,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혁신적인 기법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일종의 '익숙해지기' 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잭슨 폴록, 나의 그림 1947

 

또한 입체파나 추상주의 같이 작가 나름의 창의적인 해석이 담긴 혁신적인 기법이었다 할지라도 결국 현실의 재현과 모방이라는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러나 폴록은 한계를 넘어 미술은 시각적인 환상만 남아도 가치가 있다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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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핑 기법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드리핑 기법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추상 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예술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 기술은 그림을 그릴 때 브러시를 사용하지 않고 페인트를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리거나 흘려서 작품을 창작하는 방식입니다.

 

잭슨 폴록은 많은 예술가의 영향을 받은 화가입니다. 그는 옛 거장의 그림을 따라그렸는데, 특히 <라오콘>1610~14년경,)과 같은 엘 그레코의 매너리즘(Mannerism, 기교주의)에 영향을 받습니다.

엘 그레코의 <라오콘>과 잭슨 폴록의 <벽화> 비교

폴록은 엘 그레코의 <라오콘>에 영감을 받아 풍경화의 요소가 담긴 추상적인 작품<벽면>이라는 작품을 남깁니다. 언뜻 보면 콩나물 늘여뜨린 것 같이 구불구불 곡선의 패턴만 보이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앉은 자세, 기댄 자세 등 몸을 꽂꽂하게 세운 동물과 사람의 형상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림 주위를 걸으며 사방에서 작업하고 말그대로 그림 속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그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것은 서양의 인도 모래 화가들의 방법과 비슷합니다. -잭슨 폴록, 나의 그림 1947

 

다음은 드리핑 기법의 주요 특징과 폴록이 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1. 무작위성
   • 예술가가 높은곳에서 물감을 바닥으로 흘려놓을 때, 그 흐름과 모양은 일부 제어가 가능하긴 하지만 완전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 예측 불가능한 요소와 우연성이 작품에 반영되므로 더욱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효과를 얻는 데 도움을 줍니다.
2. 움직임의 표현
   • 드리핑은 작가가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작품에 자신의 내면을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 폴록은 작업실 바닥에 놓은 캔버스 위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페인트를 흘리고 떨어뜨려 작품에 자신의 에너지와 감정을 담았습니다.
3. 무의식의 표현
   • 드리핑은 예술가의 무의식적인 요소와 감정을 작품에 반영합니다.
   • 폴록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기반으로 페인트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용하여 그의 내면세계를 표현했습니다.
4. 대형 작품
   • 드리핑 기법을 사용하면 큰 캔버스에 대형 작품을 만들기가 용이합니다.
   • 작품의 체험적인 측면이 강화되어 관객은 작품에 둘러싸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잭슨 폴록의 드리핑 기법은 그의 작품을 독특하고 혁신적으로 만들어냈으며, 추상 표현주의 예술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그림을 통해 작가 본인의 감정과 움직임을 표현함으로써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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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드리핑 기법

작품을 통해 우리는 폴록 특유의 드리핑 기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즉흥적인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캔버스 표면에 물감을 뿌리고 조금씩 흘러내리도록 했습니다. 폴록은 이 과정에서도 나름의 제어방법이 있었는데, 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칠해진 검은색 에나멜 물감은 흐름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였고, 갈색 물감은 배경을 만들어주는 데 쓰입니다. 중간에 보이는 여백은 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캔버스 

액션 페인팅은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대개 3미터가 넘는 작품을 주로 남겼던 폴록은 전문가용 캔버스의 비싼 비용을 감당하는 대신 가구에 쓰이는 저렴한 캔버스를 선택합니다. 그는 밑칠하지 않은 거친 캔버스를 바닥에 펼치고는 검은색 에나멜 물감을 캔버스에 이리저리 흩뿌린 후 튀기고 흘리며 페인트 칠을 했습니다. 

 

자유로운 내면의 표현

폴록은 밑칠 작업없이 프레임에 끼우지 않은 캔버스를 바닥에 펼쳐놓고 여기 저기를 움직이며 작업합니다. 그는 캔버스 주위를 돌다가 가로지르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막대기나 딱딱하게 굳은 붓을 이용해 페인트를 떨어뜨리고, 붓고, 튀기고, 던지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이는 알코올 중독과 싸운던 폴록은 주치의의 조언에 따라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칼 융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내면의 존재를 자유롭게 드러내고자 했던 흔적입니다.

 

 

 

몸의 동작

산산조각 난 선으로 구성된 그물 패턴들은 폴록이 작업에 심취해 사용했던 다양한 제스처, 다시 말해 움직임과 무의식적인 동작들을 보여줍니다. 폴록은 작은 막대기, 가정용 페인트 브러쉬 또는 손을 페인트에 담그고 손목과 팔, 전신을 빠르게 움직여 페인트가 캔버스 표면에 리듬감 있게 떨어지도록 했습니다.

 

페인트

폴록은 유성페인트 보다 구하기 쉽고 유동성이 뛰어나며 광택이 도는 에나멜 물감을 주로 사용했지만,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이 물감을 희석시켰습니다. 희석한 물감은 상대적으로 건조가 빨랐고 여러 레이어를 빠르게 쌓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중심에는 극도로 제한된 팔레트로 그린 복잡하게 얽힌 그물망 패턴이 잘 보입니다. 어떤 부분에는 페인트를 두껍게 도포되고 마르면서  주름진 곳도 보입니다. 

 

프랙탈 구조-일부의 작은 요소가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적 구조를 지닌다(자기 유사성)

직관

선과 실타래같이 구성된 페인트 조직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폴록은 직관적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매력적인 패턴과 형태를 묘사하여 리듬감을 만들어냅니다. 의도적으로 계획된 패턴은 아니었지만 수학자들이 그의 그림을 분석해보니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프랙탈(차원분열도형) 구조를 발견합니다.

 

선과 곡선

폴록은 페인트를 빠르게 휘두르는 것이 오히려 직선을 생성하고, 드리핑 기법을 사용하거나 느리게 휘두르는 경우 우아한 곡선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폴록의 이런 과감한 표현은 회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판단했습니다.

 

작품의 제목이 보는 이의 선입견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 폴록은 이 작품의 이름을 <30번>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는 '우연이라는 것은 없습니다......그림마다 각각의 생명력이 있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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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짜가 아니다

그의 예술에 대한 진정성이 드러나는 에피소드 하나가 있습니다. 

 

950년 여름, 한스 나무트는 당시 국제 미술계를 주름잡던 화가 잭슨 폴록에게 다가갑니다. 나무트는 이미 성공한 사진작가로, 폴록의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을 찍고자 했습니다. 이 엄청난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무트는 폴록에게 작업 중인 그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고 부탁합니다. 폴록은 처음에는 이미 작업을 끝냈다며 거절합니다. 그러나 나무트의 열정과 그의 아내의 격려 덕분에 폴록은 마침내 동의합니다. 나무트는 작업실로 들어가 폴록의 작업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나무트는 이후 폴록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합니다. 촬영은 야외에서 이루어지며 나무트는 폴록에게 작업실에서 평소처럼 편안하게 작업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폴록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의 작업은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밤, 폴록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테이블을 뒤엎고 나무트에게 다음과 같이 소리칩니다.

 

"나는 가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