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자크루이 다비드

멋진 백마를 타고 한 손을 높이 들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 채 그림 밖을 매의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이 남자는 나폴레옹입니다. 험궂은 날씨에 거친 산길을 오르는 나폴레옹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프랑스의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가 남긴 <생 베르나르 고개의 나폴레옹>입니다. 

 

 

생베르나르 고개의 나폴레옹-자크 루이 다비드 261 cm x 221 cm

 

작품의 역사

1789년 프랑스혁명이 발발하여 왕정은 무너지고 프랑스는 전에 없던 국가적 위기상황을 겪게 됩니다. 신은 없고 왕이 죽은 나라에서 '애국심의 고취'는 무너진 나라를 재건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1800년 5월, 오스트리아 군대를 기습하기 위해 백마를 타고 험준한 베르나르 고개를 넘어 알프스 산맥을 향하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국민들의 눈앞에 영웅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신뢰를 얻음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더욱더 공고히 다지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폴 들라로쉬 1850

 

그림에는 멋진 백마로 묘사되었지만 실제 나폴레옹이 타고 있었던 것은 노새였습니다. 

 

<알프스를 건너는 나폴레옹>이란 제목으로도 알려진 이 작품은 총 5 작품이 있습니다. 최초의 원본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화해의 징표로서 마드리드 왕궁에 걸릴 예정이었습니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나폴레옹은 자크루이 다비드에게 세 개를 더 그려달라고 요구하는데, 하나는 생클루 성, 다른 하나는 앵발리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밀라노 왕궁에 걸 계획이었습니다. 그 후 화가 본인이 원하는 바 대로 하나의 버전이 추가되어 총 5개의 버전이 있습니다.

 

자크 루이의 초상화와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다섯 가지 버전

 

 

그 후 러시아 원정을 떠났던 나폴레옹은 워털루(Waterloo) 전투에서 참패하고, 지중해 어느 외딴섬으로 귀양을 가게 됩니다. 권좌에서 내려온 나폴레옹과 함께 그림들도 이리저리 떠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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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정치

 

미술이라는 매체를 자신의 리더십과 정치적 목표를 선전하는 데 나폴레옹만큼 잘 활용한 정치지도자는 없었습니다. 당시 프랑스가 처한 위기 상황에서 흩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데 애국심이라는 가치와 국가적 영웅이라는 역할은 무엇보다도 절실했습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나폴레옹은 예술가들을 특별히 후하게 대우해 주며 담았던 자신의 초상화, 미술이라는 것을 지금의 SNS 또는 미디어처럼 활용하게 됩니다.

 

'승마 초상화'는 전통적으로 왕족들이 전통적으로 자신의 초상화로 남기길 선호하는 장르였습니다. 

 

이것은 슬라브족 중에서도 가장 높은 분께서 말을 타고 찍었던 사진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볼 때, 정치 지도자의 마음은 시대를 초월하여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에서 태어났다는 '난생설화'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또 다른 북쪽의 높으신 분은 태어날 때부터 다음과 같은 소문이 널리 퍼집니다. '내래 장군님 태어나실 때 마른하늘을 크게 가로질러서 무지개가 뜬걸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 안카써'. 정치 지도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대중이 지켜보는 곳에 자신의 영웅성을 과장해서 크게 드러냅니다. 지금은 인터넷이지만 과거에는 그림과 입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바이럴은 여전히 강력한 선전도구입니다. 이미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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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전주의

자크 루이 다비드는 신고전주의를 말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화가로, 그림에 감정과 드라마를 불어넣는 능력으로 유명했습니다. 신고전주의는 프랑스 로코코 미술의 퇴폐미에 대한 반발로 영국에서 시작되는데,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당시 프랑스는 로코코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사회 만연했습니다. 루이 16세는 이러한 프랑스의 분위기를 바꾸고자 의도적으로 엄숙하고 계몽적이며 애국적인 특징을 가진 고전주의를 확산시켰습니다. 루이 16세는 프랑스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해마다 2번, 그 유명한 <살롱전>을 개최합니다. 살롱전의 주제는 신고전주의란 이름답게 언제나 성경, 신화, 고대사를 다루는 역사적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프랑스에 활동하는 대부분의 화가들은 역사적인 측면에 몰입하게 되었고, 개인의 주관과 감성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됩니다. 

 

이렇게 국가 주도 공모전, <살롱전>으로 프랑스 사회에서 막대한 인지도를 쌓고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 바로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자크루비 다비드입니다. 그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으로 프랑스 전체의 미술적 흐름을 고전적이고 엄숙한 분위기로 바꾸어버립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마라의 죽음>, <호라티우스의 맹세>, <소크라테스의 죽음> 등이 있습니다. 

 

자크루이 다비드는 초기에 프랑스혁명을 지지며, 많은 작품에 자신의 신념을 녹아냅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에 오르자 자신이 열렬히 지지하던 혁명 정신을 뒤로 한채 독재자를 지지하는 작품들을 제작합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들로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대관식>, <서재에서의 나폴레옹> 등이 있습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과 <튀일리궁 서재의 나폴레옹>

두 사람의 관계는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통치기간 초기에는 그를 열렬히 지지하지만 점차 나폴레옹의 권력이 강화되고 독재자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둘 사이에 긴장감이 생기게 됩니다. 결국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하고 추방되자, 다비드도 프랑스를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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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석

이 작품은 자크루이 다비드가 남긴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윤곽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작가 특유의 예술표현의 기법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를테면 나폴레옹의 하늘을 향해 뻗은 오른팔과 그 끝에 정상을 가리키는 손가락, 세찬 바람에 나부끼는 망토, 힘차게 앞발을 들어 올린 말이 보여주는 사선의 요소들은 작품의 역동성을 더하고 관람자의 시선을 이끌고 가는 힘을 가집니다. 이렇게 구성된 선들은 구름의 방향과 대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주제와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안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왼쪽 하단에는 세 개의 각인이 보이는데, 보나파르트(BONAPARTE)는 나폴레옹의 이름을 나타내며, 한니발(HANNIBAL), 그리고 샤를마뉴(KAROLVS MAGNVS IMP)는 알프스 산맥을 넘어 군대를 이끌었던 유명한 정치지도자들이었습니다. 이는 나폴레옹을 역사 속 영웅들과 동일시 한 장면입니다.

 

작품의 조형적 요소들은 잘 정돈되어 있고 선명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자크루이 다비드의 예술적 특징 중 하나로 신고전주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들이기도 합니다. 또한 붓터치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캔버스는 매끄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위의 거친 느낌, 말의 곱실거리는 갈기털, 바람의 날리는 망토의 부드러운 주름들은 관람자에게 시각적으로 요소에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밀하게 묘사되었습니다.

 

주제는 말을 타고 있는 나폴레옹의 영웅적 이미지입니다. 공간의 깊이감을 주기 위해 피사체는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고 배경은 더욱 흐릿하게 묘사하여 주제를 더욱 강화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