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을 먹으면 혀가 아린 이유 (파인애플의 역사)

1493년 9월 24일 콜럼버스는 2차 항해를 떠나게 됩니다. 1차 항해의 성공으로 왕족의 지원을 든든하게 받아 17척의 선박과 약 1200명의 선원과 함께 카리브해를 항해하던 중에 '과들루프'라는 섬에서 파인애플을 발견합니다. 이를 스페인으로 가져가게 되자 사람들은 이 새로운 단맛에 매료되어 너도 나도 재배를 시도하며 이 과일로 큰돈을 벌고 싶어 했으나 파인애플이 열대 기후에서만 자랄 수 있는 탓에 모두가 실패하고 오로지 대서양을 건너는 배송비가 포함된 비싼 가격으로만 이 과일을 맛볼 수 있게 됩니다. 
 
17세기 중반이 되면 온실 재배를 통해서 파인애플을 어느정도 생산하기 시작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여전히 비싼 탓에 왕족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이 열대 과일은 오랜 기간 사치와 풍요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렇게 파인애플은 손님을 극진히 대접한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어 우리는 지금도 조금 음습한 장소의 과일 안주에서 테이블 정중앙에 현란하게 장식된 파인애플을 볼 수 있습니다.
 

DOLE 파인애플 슬라이스 통조림

18세기 미국에서 태어나 이 파인애플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돈으로 약 8000달러가 필요했답니다. 1900년대로 접어들면서 이 비싼 파인애플이 창업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한 미국의 사업가 제임스 돌은 하와이에 파인애플 농장을 차려서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그래서 하와이 음식은 파인애플로 도배가 되었고 우리에게도 이전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 몸이 뾰족뾰족한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이 과일은 영어로 왜 이 과일을 파인애플이라 부르는 것인지 우리말로 바꿔보면(소나무 사과)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도 왜 이것을 먹으면 혀가 아리고 따가울까를 생각하고 궁금해서 이런 저런 이유를 찾아보다 보니 정말 가시가 있는 친구였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재미없는 과학이야기와 함께 말씀드리겠습니다. 
 
 

혀가 아픈 첫번째 이유 라피드(Raphides, /ˈræfɪdiz/)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니 라피드, 라피데스,라파이드 등등 단어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림 a. Arefremnum aurum 담쟁이 덩굴 속의 다리페스(600배 확대)

 

파인애플은 칼슘의 결정체로 구성된 바늘 같이 생긴 옥살산칼슘 결정체 "라피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파인애플이 가지고 있는 함유된 라피드는 위 그림에서 보이듯이 이쑤시개 처럼 생긴 가시가 유리 옥살산등으로 이루어진 젤라틴 물질로 평소에는 둘러싸여 있다가 이것들이 동물의 타액과 만나면 이 젤라틴 보호막이 팽창 후 터지면서 총알처럼 가시를 발사하게 만듭답니다. 이것은 자연계 존재하는 일부 식물들이 자기 몸을 보호하는 이른 바 '초식 동물에 대한 식물의 방어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인애플을 씹으면 과즙과 함께 가시가 터져나옵니다

 
평소 라피드는 식물들에게 체내 칼슘 농도 조절과 중금속 스트레스 부터의 해독 역할을 합니다. 가시발사와 같은 공격 형태를 통해 찌르기 공격을 시전하고 일부 독(두번째 이유 브로멜린과 같은)을 가진 개체는 포식자에게 감각의 마비, 부종, 수포 형성등의 증상을 선물합니다. 라피드는 온도로 파괴되지 않고 산성용액이나 에테르와 같은 화학용제가 필요합니다. 이 라피드를 함유한 음식들은 대체로 맵다고 합니다. 파인애플 외에 키위, 인도순무, 시금치등에도 함유되어 있다 전해집니다.
 
 
 

혀가 아픈 두번째 이유 브로멜린

파인애플에는 브로멜린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의 혼합물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일부 돼지갈비와 같은 육류를 취급하는 맛집의 경우 이 파인애플을 이용하여 고기를 연하게 만들고 단맛을 추가하는데 이용을 합니다. 우리가 파인애플을 먹을때 혀가 아리고 아픈것은 구강 점막에 손상이 있다는 뜻이며 심할 경우 구내염과 비슷한 증상이 있다고 하니 특히 노약자는 적당히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게다가 파인애플은 산성 과일로서 높은 산도를 가지고 있어, 브로멜린과 함께 작용하면 더욱 고통을 받게 됩니다.
 
 

라피드와 브로멜린의 동물연구

아직은 추가적인 연구가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지만 2014년 일본국립 농업생물학 연구소가 노린재 나방 유충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라피드를 칠한 잎과 브로멜린을 칠한 잎을 먹여봤습니다. 연구의 결과로 라피드와 브로멜린을 함께 섭취한 개체군의 경우 성장속도가 저하되고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 경우 라피드가 그림 a와 같이 바늘 모양일때의 결과입니다. 
 
브로멜린의 경우 기관지염과 축농증 치료 그리고 염증 개선에 이르기까지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효능에 관해서는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 섭취가 아닌 보충제 섭취에 국한된 이야기 입니다.
 
 

NOW Foods, 브로멜라인, 500 mg, 60 식물성 캡슐

 
 

마치며

글을 마무리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적어온 글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파인애플을 독극물처럼 묘사한 것 같습니다. 파인애플은 우리 몸에 좋은 비타민C와 비타민 A, 마그네슘을 포함한 각종 미네랄 및 면역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여러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인간에게 유익한 과일입니다. 다만 과한 섭취는 자극을 주기 때문에 적절하게 양을 조절하시면서 섭취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브로멜린의 경우 적당히만 먹으면 소화를 촉진 시키지만 너무 과하면 오히려 소화장애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브로멜린의 경우는 열을 가하면 쉽게 파괴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파인애플 피자와 같이 열을 가해 섭취하세요 그렇지만 라피드는 여전히 남아있게 됩니다. 
 
오늘도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