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미술: 조각가-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자

이집트인들은 급작스럽게 죽은 왕이나 일반 사람을 위해 미라를 제작하는 대신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영원불멸함을 믿었던 이집트의 조각 작품들은 마치 공장에서 형틀에 찍어낸 것처럼 인체의 중앙선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정면상이며 정형화된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을 더욱더 신격화시키는 장치였다.

 

이집트 조각상

고왕국시대(기원전 3000~2050년경)의 대표적인 초기 조각 작품들인 <쿠푸 왕>과 <멘카우라 왕과 왕비>는 이들의 영혼 불멸을 위해 만들어졌다. 대부분 자세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고 좌우 대칭에 팔을 몸통에 붙이거나 직각으로 꺾어서 불편한 자세로 만들었다. 이집트 조각상의 제작 목적은 실제 그대로를 옮겨 담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얼굴에 있는 눈과 코 입의 숫자와 위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이것은 바로 조각의 규격화였다. 조각가마다 각각의 실력은 달랐을 것이고 파라오의 형상이 기술자의 솜씨에 따라 매번 변한다면 그것도 문제였던 것이다. 항상 변함없는 모습을 만들 수 있게 공정을 규격화하여  왕의 존재를 더욱더 신의 존재에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이집트 왕족들의 조각상 대부분은 일정한 규칙을 따르게 되었다. 그러나 프랑스 고고학자 알베르 오귀스트 마리에테가 1871년에 발견한  <라호텝 왕자와 그의 아내> 조각상과 같이 실물처럼 채색이 입혀진 독특한 조각상도 발견된다. 이는 제4 왕조(기원전 2575년경~2551년경)의 스네프루 피라미드 북쪽에 있는 라호테프의 마스타바 무덤에서 발견되었다.

 

고대이집트의 조각가는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부사항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은 왕좌에 상형문자로 "왕의 아들, 그의 몸, 라호텝"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라호텝 <Rahotep>의 얼굴과 신체는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것처럼 '젊음'으로 묘사된다. 이집트 예술의 관습에 따라 라호텝의 피부는 적갈색으로 채색되었고, 그의 아내 노프레트 <Nofret>의 얼굴은 창백하리 만큼 밝고 화사한 색으로 화장을 했다. 이는 남성은 집 밖의 사람이고 여성은 가정적인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라호텝은 목걸이와 짧은 흰색 퀼트를 입었고, 노프레트는 꽃장식이 있는 머리띠와 목에는 넓은 깃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하고 몸매를 잘 드러내주는 원피스를 입고 있다.

 

라호텝은 "라(태양의 신)는 만족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심장의 상징성

두 사람은 모두 오른손을 가슴, 심장 쪽으로 올리고 있는데, 특이하는 것은 손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이다. 라호텝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채 주먹을 쥐고 있으며, 노프레트는 손바닥을 펴고 있다. 목에는 하트 부적이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심장은 지성과 감정의 상징이었고, 죽은 자를 심판할 때 '진실과 정의의 깃털'과 함께 심장이 저울에 달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트 부적을 착용하면 심판의 날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들 부부 조각상은 당대의 다른 이집트 조각상들과는 마치 부활을 기다리는 듯 생동감을 느끼게 해 준다. 이집트 예술품에서 조각은 당시 그들의 영원불멸의 염원을 담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