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의 미술:조각과 고인돌(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스톤헨지)

인류 초기의 예술은 돌과 관련이 깊다. 산과 들, 도처에 널려있는 바위와 자갈들은 주요한 예술품의 소재가 되었다. 두드리고 갈다 보니 석재 가공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인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스톤헨지와 같이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물을 남기기 시작했다.

 

선사시대 미술 특징

 

조각

 

인류 최초의 조각으로 알려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약 2만 5천여 년 전에서 3만여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1909년 오스트리아 도나우 강변 근처의 작은 마을 빌렌도르프에서 철도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되었다. 이 조각상은 고대 조각 작품 중 현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으로 남아 있지만, 이 조각상의 의미나 제작 배경 등에 대해 알려져 있기 않기 때문에 이를 두고 고고학자들이 현재까지도 다투는 소재이다.

 

풍요와 다산의 상징

이 여인상은 사진으로 보면 부피감이 주는 느낌 때문에 '크다'라는 인식을 갖게 되지만 실제 크기는 한 손으로 쉽게 쥘 수 있는 11cm에 불과하다. <빌렌드르프의 비너스>는 크기에 비해 여성성(가슴과 엉덩이)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고, 배는 볼록하며, 얼굴 부분은 단순하게 여러 줄로 생략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1996년, 미국 미술사학자 르 로이 맥더모트는 그의 저서 < 최신 인류학>에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임신한 예술가의 자화상이라는 의견을 내비친다. 조각상의 형태가 여성 자신이 내려다봤을 때의 마름모꼴 원근법이 주요 근거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돌을 이용해서 돌을 조각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다. 흙으로 여인상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렵과 채집을 반복해야 했던 시대의 조각 예술은 그만큼이나 특별하고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다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조각상은 어느 한 개인을 묘사했다기보다는 그들 생활의 풍요와 다산을 바라는 마음을 이 작은 조각상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선사시대 문화 교류의 흔적

대개의 경우 고대인들은 짐승의 뼈나 돌을 이용하여 조각상을 만들었는데 이 조각상은 석회석(올라이트, oolite)을 사용했다. 바로 석회석이 이 조각의 이야기를 더해주는데 21세기가 되자 새로운 가설을 제기한다. 바로 이 석회암은 빌렌도르프 200km 반경 내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했다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연대 측정을 비롯해 지질학적 특성을 모두 고려한 연구를 토대로 비너스 조각상의 석회암은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가르다(Garda) 호수 근처의 석회암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밝혀냈고 3만 년 전 알프스와 도나우강을 건너서 오스트리 빌렌도르프로 온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유력한 가설이 있다. 학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빌렌도르프 비너스와 동일한 구조의 석회암 샘플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출토된 여인상들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까닭으로 연구팀은 "재료나 완성된 그림이 원래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왔다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것이 북부 이탈리아와 연결될 가능성은 적지만"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알프스 지역과 동유럽 사이의 문화적 연관성을 보여주는데 무엇 하나 확실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3만 년 전의 인류가 이미 수백킬로미터에 걸쳐 이동하며 다양한 문화적 교류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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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과 스톤헨지

 

 

크게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최초 인류의 삶은 동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돌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인류는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나약한 인간들은 끊임없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자신들을 위협하는 동물들과 싸우기 위해 돌을 쌓는 방법을 선택 했을 것이고 이때의 과정이 건축의 시초가 된다. 이는 고인돌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문화의 시작

신석기의 인류는 수렵과 채집의 생활을 버리고 유목, 농경 사회로 전환하였다. 정착생활을 시작한 인류는 자신들을 외부의 위협으로 부터 지켜줄 주거 공간의 필요성과 함께 건축 기술과 토기 제작 기술이 발전하였고 만물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과 토테미즘 같은 종교적 신앙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건축의 시작

이 시기는 주거 형태로서의 고인돌과 영국의 <스톤헨지>와 같은 선돌처럼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거대한 돌들을 제작하는 거석문화가 발달한다. 영국 윌트셔주 솔즈베리에서 북쪽으로 1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스톤핸지 건설 이전부터 중요한 장소로 여겨졌다. 기원전 8천 년경, 소나무 나무 기둥들이 세워진 흔적이 발견되었다. 기원전 3100년 무렵부터 세워지기 시작하여 최소 1500년 동안 세 단계에 걸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톤헨지에 사용된 석재는 사르센석과 청석 그리고 셰일로 구성되어 있고 스톤헨지 바깥쪽 사르센석이 만들어내는 원은 '셰일 서클', 안쪽의 청석으로 구성된 원은 '블루스톤 서클'이라 불린다.

 

셰일 서클은 30개의 사슨석으로 구성되었으나 현재는 17개만 남아있다. 이 서클 바깥에는 Y홀과 Z홀이라는 구덩이들이 동심원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 Y홀과 둑 사이에는 '오브리 구덩이'라는 56개의 구덩이가 있었으나 현재는 절반 정도만 남아있다.

 

블루스톤 서클은 불규칙한 모양의 작은 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삼석탑이 다섯 개 있다. 중앙에는 편평한 제단석이 놓여져 있다. 셰일 서클 바깥에는 '힐스톤'이라는 독립된 돌이 위치해 있으며, 이 돌을 통해 하짓날 태양이 스톤헨지의 중앙 제단을 비춘다고 알려져 있다. 스톤헨지의 청석은 웨일즈의 프러셀리산에서 대부분 채취되었다고 추정되며, 이 돌들은 아마도 비커 인들에 의해 운반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톤헨지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마이크 파커 피어슨 교수는 스톤헨지 인근의 우드헨지와 더링턴 월스가 스톤헨지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이 두 곳은 산 사람들을 위한 공간, 스톤헨지는 죽은 사람들을 위한 종교적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한다. 2020년 7월, 스톤헨지의 사슨석이 북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서 가져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스톤헨지는 그 실체와 용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종교적인 숭배의 장소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종교였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현재 이 고대 유적지는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어 선사시대의 인류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고인돌이나 선돌과 같은 구조물들은 인류 건축의 가장 기본적 구조라 할 수 있는 '기둥과 보'의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물들은 단순히 기념비나 무덤의 기능을 넘어서, 해시계와 같은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종교적 의식을 수행하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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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선사시대 인류의 예술 행위는 생존을 위한 본능의 발현이다. 회화는 통제 불가능한 자연으로부터의 위협을 막고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수단이었으며, 조각은 풍요와 번영을 바라는 주술적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선돌과 같이 초기 건축물들은 무덤이나 해시계처럼 기능적 역할과 함께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선사시대 예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선사시대를 연구하는 프로베니우스는 "인간이란 언제나 문화라는 거대한 현상 세계의  작은 전달자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며 그는 선사시대 미술이 살아있는 현실과 죽어 있는 사물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선사시대 미술은 "인류 본능에 내재된 감각적 재능이며, 본능의 표출은 예술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술적 신앙 중 하나는 그림을 그리면 그린 대상이 그림을 그린 사람의 소유가 된다는 믿음이었다. 한 유럽 여행자가 아프리카를 방문하여 현지인들에게 그림을 그려주었을 때, 그들은 그림 속의 사물이 여행자에게 소유될까봐 우려했다. 그들은 현실의 대상과 그림 속의 대상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그림에 대한 강력한 믿음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쟁을 앞둔 국가에서는 적국을 패배시키는 그림을 제작하거나, 신성한 형상을 가진 이콘을 소지하면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지속되는 그림의 힘과 신앙에 대한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