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미술:벽화 - 고대의 입체주의

이집트 벽화는 종교, 신화, 초상화 그리고 동성애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당시 시대상을 말해준다. 피라미드 내부에 남겨진 벽화는 당시의 생활을 보여주는 귀한 역사적 자료임과 동시에 당시 이집트 회화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집트 회화는 그들만의 독특한 특징과 양식이 있기 때문에 쉽게 구별된다. 이집트인들은 자연과 인간을 관찰하고 그것을 예술에 반영하는 데 있어서 뛰어났다.

 

이집트 벽화:정면성의 원리

 

<악사와 춤추는 여인들〉과 <새 사냥>에서는 이집트 회화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그림 속 인물들은 정면성의 원리(frontality)를 바탕으로 인간의 상반신, 어깨와 가슴은 정면을 향하도록 했고, 반면 팔과 다리는 측면으로 그렸다. 또 내디딘 다리와 뻗은 팔은 교차되지 않도록 그렸다. 이런 까닭으로 원근법에 익숙한 우리는 이집트 회화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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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벽화:내세에서의 염원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집트인들은 그림에 그려진 대로 내세에서도 삶을 이어간다고 믿었다. 그리고 정면성의 원리를 토대로 그린 방법이 인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완전하게(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 믿은 것이다. 다시 말해 노인으로 그리면 내세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고 믿었고, 팔다리가 안 보이게 그렸다면 저 세상에서 팔다리 없이 불편하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호화로운 식탁, 자신의 지위, 행복한 일상 등을 그림으로 담은 것도 이와 같은 목적이다.

 

 

이집트는 왕족 사회였으므로 그들은 신분의 차이를 머리의 치장으로 구별했다. 머리에 장식이 많을수록, 혹은 그 머리의 장식이 크고 높을수록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다.  <나크트의 묘 벽화>에는 신분에 따라 인물의 크기를 다르게 묘사하여 구별했다. 왕족은 과장해서 거인처럼 크게, 시종들은 왕족의 무릎 높이만큼 작고 아담하게 표현했다. 이집트인들은 인물뿐 아니라 각각의 사물을 표현할 때도 사물이 지닌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도록 여러 각도에서 본 것을 한 번에 표현했다. 저 세상에 가져가서 써야 하는데 그 쓰임을 뭐 하나도 놓치기 싫었을 것이다. 

 

<나크트의 묘 벽화>에는 포도주 제조법이 묘사되는데 그때의 방식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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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벽화:교육의 수단

 

벽화 <사자의서>(The Book of the Dead)는 이집트인들의 장례 문화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어서 천국까지 과정에서 힘들고 험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생각했다. 관문마다 위치한 악령들이 죽은 자의 영혼과 심장을 노리기 때문에 죽은 자들을 보호하는 주문을 상형문자로 기록하고 외운 후 무덤에 함께 묻었다.

 

 

<사자의 서>에 쓰인 상형문자와 그림은 그들이 천국으로 가는 여정을 그린 것이다. 평화의 땅에서의 삶을 그린 장면, 태양신과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 저승에서 오시리스의 계율에 따라 심판을 받는 장면 등이 그려져 있다. 다른 그림과 같이 이 그림에서도 사람은 옆모습으로 그려야 한다는 이집트 회화의 규칙성이 잘 드러나 있으며, 하늘의 신 호루스는 매의 머리를 하고 있고, 장례의 신인 아누비스는 자칼의 머리로 표현한다는 그들만의 엄격한 원칙도 드러난다. 또 주목해야 할 점은 <사자의 서> 그림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저울이다. 이 저울은 죽은 자의 심장을 올려놓아 그들의 선과 악의 무게를 재는데 만약 수평을 이루지 못할 경우 아메미트라는 괴물이 죽은 자의 심장을 먹어버린다는 신화이야기를 벽화로 남긴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장례 벽화를 도덕책과 같이 권선징악 교육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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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입체주의

 

 

이집트 회화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회화처럼 사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들의 회화 수준에서 오는 한계 때문이라기 보단 '각각의 사물이 지닌 요소의 특징을 완전하게 표현하는 최적화된 각도'(곰브리치 서양미술사) 때문이다.  <네바문의 정원〉에서 우리는 그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다. 한 귀족의 정원에 있는 호수를 묘사한 이 그림은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그리는, 어린아이들의 표현 방법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는 마치 오늘날의 입체파를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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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이집트 미술의 특징을 정리해보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신전들 그리고  투탕카멘 무덤과 미라 그리고 피라미드 벽화를 통해 우리는 영원불멸한 사후세계를 향한 염원이 이집트인들의 관념 속에 얼마나 굳건하게 자리 잡았었는지 알 수 있다. 이집트의 상징과도 같은 피라미드는 무덤이었고 스핑크스는 그를 지키는 자다. 조각은 그들의 영원불멸을 상징한다. 회화는 권선징악의 교육적 목적을 보여주고 엄격한 구도와 규칙에 따라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는 이집트인들에게 미술은 내세에서의 영원한 삶을 바라는 표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서 이집트인들이 미학적 이해가 없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라미드에 나타나는 기하학적인 요소는 그들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