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의 미술:동굴벽화 (알타미라 동굴 벽화, 라스코 동굴 벽화)

역사가 문자로 기록되기 이전의 예술은 인류에게 내면을 표현한 결과물이다. 오늘날 그것이 회화, 조각, 건축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지만 최초 인류에게 예술은 단순히 즐기거나 꾸미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통제 불가능한 자연으로부터의 위협을 막고, 사냥의 성공을 빌거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등의 주술적인 목적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예술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직접적인 행동이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만든 강력한 짐승의 형상을 통해 초자연적인 힘과 마술적인 기능을 기대했음을 알 수 있고 선사시대의 유물을 통해 우리는 인류 최초의 예술 행위들이 생존을 위한 본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선사시대 미술 특징

동굴벽화

 

동굴 벽화는 미술에서 인류 최초의 회화로 언급된다. 기원전 1만 5천 년 전부터 인류는 동굴의 벽과 천장에 그림을 남기기 시작했고, 이는 오늘날 회화 미술의 기원이 된다.

 

알타미라(Altamira) 동굴 벽화

우리는 스페인 북부의 알타미라(Altamira) 동굴에서 가장 오래된 회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세기말에 아마추어 고고학자 '마르셀리노 데 사우투올라(Marcelino de Sautuola)와 그의 어린 딸에 의해 발견된다. 아버지의 작업을 돕기 위해 따라나섰던 8살의 어린 딸의 눈에 동굴 천장에서 질주하는 들소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버지는 곧장 그의 친구이자 대학교수였던 마드리드대 교수에게 이 소식을 알렸고 스페인 국왕까지 이 동굴을 방문할 정도로 큰 화젯거리였지만 그림 속의 들소들이 너무 잘 보존되어 있었고 구석기시대 사람이 그렸다기에는 너무나도 표현이 정교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최초 발견자 마르셀리노에게 숙식을 제공받던 프랑스인 귀머거리 화가가 그린 위작이라는 것이 당시 학계의 정설이었다. 심지어 그의 친구도 그를 의심했으며 최초 발견자는 사기죄로 고소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르셀리노가 화병으로 세상을 뜬 지 5년 뒤인 1902년이 되어서야 지질학의 발전과 함께  <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진짜임을 증명받는다.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미개한 원시인들이 이 정도 수준의 벽화를 그렸을 리 없다는 당시 전문가들의 편견을 보여주는 사례다. 1985년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

 

전문가들은 동굴 벽화가 한 사람의 손길로 그려졌을 것이라 추정한다. 그 이유는 그림 그리는 순서와 방식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림에 사용된 붉은색은 산화철과 황토를 섞어 만들었고, 흑색은 목탄을 사용했다. 그림은 손이나 다른 도구로 그려졌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인간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동굴 벽화를 손상시킨다는 이유로 몇 년에 한 번씩 일반 대중에 공개되고 있다. 현재는 박물관에 구현된 모조벽화로 간접체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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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코(Lascaux) 동굴 벽화

 

1940년경 프랑스 남부, 라스코(Lascaux) 동굴에서 네 명의 소년이 우연히 동굴 벽화를 다시 한번 발견한다. 약 1만 7천 년 전에서 1만 5천 년 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동굴 벽화는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당시 생활상을 전해주고 있다.

 

라스코 동굴 벽화의 가장 큰 특징은 말, 소, 들소 등 동물들의 형상을 벽화로 그려 상처를 낸 것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공격을 받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그려냄으로써 미래의 '성공적' 사냥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나약한 인간이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가진 거대한 짐승들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주술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라스코 동굴벽화 가운데 <소와 말의 싸움>에서는 말의 몸통 길이가 280cm 정도로 묘사된다. 이는 말을 '사실 그대로의 재현' 했다기보다는 거대한 말을 '마음의 눈'으로 마주한 나약한 인간의 '두려움의 크기'가 그림에 투영된 것이다. 

 

또 다른 그림, <코뿔소에 받쳐 부상당한 사람>는 최초의 인류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의 과정에서 코뿔소처럼 거칠고 거대한 동물들 앞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라스코 동굴 벽화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얼마지 않아 곰팡이 균이 번식하기 시작하고 동굴 벽화가 훼손이 되기 시작하면서 1963년 폐쇄되었다. 프랑스는 1983년부터 라스코 동굴 근처에 같은 크기의 복제 동굴을 만들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라스코 동굴은 197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마치며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라스코 동굴 벽화는 고대인들의 예술 목적이 잘 드러난다. 어두운 동굴 벽면에 두서없이 그려진 '사냥 장면'과 '동물들의 싸움'과 같은 그림들은 예술이 곧 주술적인 목적임을 알 수 있다.

 

그림의 주술적 역할에 의지했던 인간의 바람은 원시시대에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극에서 종종 보게 되는 장면이다. 여인이 다른 여인을 질투한다거나 할 때 클리셰로 등장하는 것이 '지푸라기 저주 인형'이다. 날카롭고 뾰족한 도구를 이용하여 상대를 저주하고 공격하면 실제로 상대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 믿는 것이다.

 

조선시대까지 갈 것도 없다. 지금도 우리는 주변에서 '달마도'와 그림을 흔히 접하게 되는 것을 볼 때 그림이 가진 '힘'에 대한 믿음은 디지털 시대에 와서도 인간의 '종교적' 신념 안에 굳건하게 뿌리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