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손의 의미

'숨겨진 손(hand-in-wastcoat)'라고 불리는 이 독특한 포즈는 18세기~19세기 초반 유럽에서 유행하던 초상화 포즈였습니다. 한 손을 조끼나 외투 안에 숨겨둔 이 포즈는 나폴레옹의 초상화로부터 처음 접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나폴레옹이 가려운 데를 긁고 있다, 유방암에 걸렸다 등의 터무니없는 소문이 돌게 만들었던 이 포즈는 그 역사가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됩니다.

 

 

 

 

Jacques-Louis_David_-_The_Emperor_Napoleon_in_His_Study_at_the_Tuileries

 

 

 

 

'숨겨진 손'의 기원

 

이는 고대 그리스 그리고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면 손을 묶으면 된다는 농담처럼 당시 웅변가들은 오른손을 이용하여 제스처를 취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강조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양손을 이용한 제스처는 보기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여겨졌기 때문에 웅변가는 오른손을 자신의 토가 안에 넣어 마치 봉인된 상태로 연설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흔적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가 남긴 조각상들을 통해 엿볼수 있으며 팔을 활발하게 이용하여 연설하는 사람들은 경멸의 대상이었다는 기록도 존재합니다. 기원전 4세기, 웅변가이자 수사학파의 창시자 아이스키네스(Aeschines)는 자신의 저술에서 웅변가는 흥분해서 몸짓을 남발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남겼습니다. 웅변가는 연설할 때 자신의 손을 로브 혹은 키톤(고대 그리스 전통의상) 속에 넣어두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다음은 그가 기원전 346년에 했던 연설입니다. 

 

 

페리클레스, 테미스토클레스, 아리스테이데스 같은 과거 유명한 공인들은 매우 예의 바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동, 외투 밖으로 팔을 내밀며 연설하는 행위를 무례한 것으로 여겼고, 그런 행동들을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저는 여러분에게 매우 중요하고 분명한 증거 하나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살라미스섬을 방문한 분들이라면 누구나 솔론의 조각상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 상은 솔론이 외투 안에 손을 집어넣은 채로 서 있는 모습임을 보여줍니다. 동료 시민 여러분, 이 조각상이 솔론이 아테네인들에게 연설을 할 때 자주 취하던 자세를 본떠 만들어진 것임을 기억해 주세요.

 

이는 연설가의 대중 연설시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절제와 겸손을 강조하고 촉 구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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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손'의 유행

18세기와 19세기에 이르러,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이 유럽에서 부흥을 맞이합니다. 이 시기에 유행한 '그랜드 투어'는 젊은 유럽 귀족들에게 고대 문명의 예술과 철학을 접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의복 양식과 행동들은 좀 더 친숙한 것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숨겨진 손 포즈는 점차 품위와 우아함을 상징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18세기 부유한 상류층 젊은이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하게 됩니다. 

 

프랑수아 니벨룽(Francois Nivelon)의 저서 <고상한 행동의 기본 원칙(The Rudiments of Genteel Behavior)> 에서는 '숨겨진 손'의 자세가 '겸손함을 겸비한 남성다운 대담함'의 의미한다고 명시했습니다. 

 

 

 

20세기 '숨겨진 손'의 흔적

스탈린의 숨겨진 손, 조각상과 초상화

 

 

시간이 흐르면서 숨겨진 손 포즈는 점차 유행에서 멀어져 갔지만, 20세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그 흔적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초상화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유행이 시들해지던 시기에 스탈린 취했던 이 포즈의 의미는 그가 자신의 권위와 품위를 보여주며 강력하고 통제력을 가진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또한 나폴레옹에서부터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선 상에 두고 싶었던 욕망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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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이 자세는 사진술이 발명되었을 초기 시대에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는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 노출시간이 길었던 이유였습니다.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던 모델들에게 사진작가는 이 '숨겨진 손' 포즈를 권유했다고 전해집니다. 

 

유럽이나 러시아 여행을 가셨다면 유명 관광지에서 이 포즈를 취해보는 것도 여행의 기억을 더욱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