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열고 주변을 살피자

사진 찍는 일에 카메라만큼 중요한 게 바로 우리 눈이다. 보는 건 기본이지만, 카메라 설정에만 신경 쓰다 보면 주변 세계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이 많다. 렌즈 너머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이미지는 주변 피사체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관찰하고 바라보는지에 달려 있다.

 

 

 

특징을 살펴보자

 

꽃 하나를 볼 때,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저 셔터를 누르는데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이미지를 얻으려면, 피사체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너머를 봐야 한다. 만일 근처 공원에 들러 어떤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면 줄기, 가지, 뿌리, 잎맥 등 나무의 여러 특성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해 보자.

 

늦봄을 이야기하는 5월의 신록, 진한 가을의 색채가 묻어나는 울긋불긋한 단풍, 하얀 겨울이 가져다주는 모노톤의 분위기를 관찰하고 내가 보는 '그 나무'가 주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생각해 보자.

 

오늘 공원에 가서 보았던 것을 친구나 연인에게 이야기를 전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곳에 나무가 있었다"라고 무미건조하게 이야기를 마친다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명사가 있다면 그 명사를 꾸며주는 형용사와 또 그것들을 꾸며주는 부사를 적극 활용해 보자.

 

오늘 먹었던 딸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 딸기가 얼마만큼의 붉은빛을 가졌는지, 얼마나 달콤했는지 등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피사체 자체의 존재 유무를 너머 듣는 사람에게 그 상황에 보다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갖은 미사여구를 활용하며, 일부의 경우 비속어를 곁들이기도 한다. 그렇게 미각, 시각 등등 오감을 통해 느껴왔던 모든 것들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만일 상대에게 언변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호감을 요구 혹은 강요하는 상황, 즉 소개팅, 맞선 그리고 취업을 위한 면접의 상황이라면 더욱더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사진도 그만큼의 노력이 표현이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다. 장면을 보고 사진을 담기 위해서는 색과 선에 찾는 감수성과 예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사진에서 중요한 건 피사체 자체가 아니라, 그 피사체가 가진 특징을 어떻게 표현하는 지다. 피사체가 무엇인지 보여주려 하지 말고, 그것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드러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이미지는 강렬한 시각적 임팩트를 가질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살펴보자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해 일부러 멀리 갈 필요 없다. 일상에서도 충분히 멋진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단순하고 의미 없어 보일 만큼 인상이 약한 피사체를 관찰해 보자. 그것이 가지는 구조와 디테일 그리고 형태와 색 등을 세심하게 따져보자. 이러한 눈을 기르는 연습은 앞으로의 사진이 보다 독창적으로 변할 것이고 멀리 가는 여행보다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집 근처에서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습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보기 전에 자신의 눈으로 장면을 관찰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자. 주변 환경과 초점이 되는 피사체가 가지는 기하학적 특징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고가의 장비가 주는 혜택, 촬영 스킬과 같은 기계적 기술만이 전부가 될 수없다. 카메라 혹은 렌즈등의 신제품 사용 리뷰를 찾아보는 시간보다 집 앞 풍경을 관찰하는 시간에 더 할애해야 할 것이다. 

 

 

마치며

사진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보이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지에 관한 예술이다. 우리의 눈과 마음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사진은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비록 평생을 가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일상 속 단순한 순간들조차도 특별하게 만들수 있는 능력을 키워보자.